OCI와 통합문제 오늘 주총서 결정
경영권 '갈등의 골' 향방 정해질 듯
16.77% 소액주주 선택 관건 떠올라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의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권 향방에 더해, OCI그룹과의 통합 문제가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등의 관계사들이 있다. 이 중 한미약품의 경우 R&D센터와 주요 사업장이 화성과 평택에 소재해있다. 해당 그룹은 2020년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이후 부인인 송영숙 회장이 이끌어왔다.

최근 송 회장은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함께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통합과 관련,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반대하고 있다. 모녀와 형제가 다투는 셈이다.

OCI그룹은 창업주인 이회림 회장이 1959년 인천 학익동에 세운 동양화학공업이 모태가 된 회사다.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해왔고, 지난 2022년엔 부광약품을 인수한 바 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은 세계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탄탄한 OCI그룹과의 통합이 한미약품그룹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상속제 문제를 해결하고, OCI는 시가총액 7조원의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하려는 게 통합의 주된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판가름은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날 전망이다.

이날 현재까지는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주요 주주 중 한 사람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의 편에 서면서 상황이 형제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가 싶었지만, 지난 26일 또 다른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모녀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를 토대로 27일 열린 한미약품 정기 주총에선 서진석 OCI홀딩스 및 부광약품 사장이 한미약품의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와중에 사장에서 해임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날 한미약품 이사에서도 제외됐다.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두 그룹의 통합을 위한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지난 26일 기각됐다.

양측이 확보한 우호 주식의 지분율 차이가 2% 남짓에 불과한 가운데, 결국 16.77%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측 모두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28일 주총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구하는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현 그룹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보다 공격적인 주주 친화 정책들도 채택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한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는 한편, 소액주주들에게 서신을 보내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