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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코앞에서 성인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국내 최대 성인 페스티벌이 수원 지역사회에 돌을 던졌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 타이틀로 광명에서 하루 개최한데 이어 오는 4월 이틀로 규모를 확대해 두 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미성년자였던 2005년생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과도한 성적 노출을 하고 영상까지 공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논란이 불거졌던 바로 그 행사다. 수원 행사에도 일본 AV(성인 비디오)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SM(Sadomasochism·가학피학성향) 패션쇼가 예정돼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성인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도발적이다.

더 큰 문제는 하필 행사장이 초등학교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마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만 건너면 쉽게 갈 수 있는 도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이다. 행사가 주말에 열린다지만 인근에는 쇼핑몰이 밀집돼 있어 가족단위 유동인구가 많다. "아이들이 성을 돈 주고 사고파는 상품 정도로 인식하면 어쩌나" 학부모들의 걱정은 자연스럽다.

여성·사회단체들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피켓을 들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겠다"며 철회 촉구에 힘을 실었다.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지원청은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조치를 취해 달라며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여성의당도 주최사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수원 지역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지만 주최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행사 장소인 민간 전시장은 운영규정에 '사회질서 및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청소년 유해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용조건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대관 계약을 맺었다. 자본주의 논리와 성 문화 잣대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아파트 단지와 초교 코앞이라니… 선 넘은 장소 선정" vs "성인인증 후 입장하고 실내에서 하는데 뭐가 문제냐" 언론에 보도된 여론은 갑론을박 중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바로 코앞에서 성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건 아직 한국 정서상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돈을 지불하고 성인문화를 관람하는 어른들의 자유에도 아이들을 위한 배려는 필요한 법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