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 트레일러의 바퀴가 빠지면서 반대편 버스를 덮쳐 15명의 사상자가 발생, 경찰이 화물차 정비이력조사에 나섰다. 앞서 2018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25t짜리 화물 트레일러의 바퀴가 빠져 일가족이 탄 SUV를 덮친 사고와 내용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2018년 당시 사고는 정비 소홀로 인한 것으로 판명 나면서 정비사가 처벌받았다.
이같이 '정비 불량'으로 인한 화물차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내에서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 등 일부 건설기계차량 차주들이 금전적 이유 등으로 지자체의 정기 검사를 회피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처분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일부 건설기계차량 차주들이 사고 우려보다는 보험 비용 등을 이유로 이익과 편의를 중시하면서 검사를 회피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정기검사 기한 만료 후 내려진 검사 명령조차 따르지 않아 등록 직권말소 처분이 결정된 건설기계차량 누적 수만 130여 대에 달한다. 시 전체 등록된 5천여 대 중 10년 넘도록 검사를 받지 않은 차량도 있다. 수원, 용인의 경우 정기검사 기한 만료 차량에 대한 검사 명령서를 작년 한 해에만 330여 건, 120여 건씩 발부했다. 건설기계차량 종류별로 정해진 기간마다 받아야 하는 정기검사의 기한이 만료됐음에도 운행을 이어가는 건설기계 차량이 적지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사 현장 증가세에 맞춰 안전 관리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정기검사 미실시 건설기계차량에 대해 지자체가 직접 검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검사 만료 건설기계차량을 대상으로 운행 중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명확한 등록 직권말소 근거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2022년 8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정기 검사 명령을 내리는 기준이나 시기가 불명확해 지자체마다 행정처분을 달리하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담당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지자체는 등록말소 대상임에도 여전히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설기계차량 수만 700대가 넘는다고 한다.
일부 차주들의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적 행태와 지자체의 미흡한 행정처분으로 '도로 위 시한폭탄'들인 정비 불량 건설기계차량들이 오늘도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