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사 희망퇴직…내달 12일까지 신청
점포 수 많은 경기도도 변화 불가피
이마트 ‘제2의 창업’ 위해 죽전점 등 리뉴얼

올해 31살이 된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다음 달 12일까지 신청을 받는데, 경기도내 이마트 매장이 적지 않은 만큼 노동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동시에 이마트 죽전점을 리뉴얼해 새로운 식품 특화 매장을 선보이는 등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이마트와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하 이마트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지난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승진 이후 17일 만에 이뤄진 구조조정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다.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인 인력을 대상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에겐 법정 퇴직금과 특별 퇴직금을 함께 지급한다. 특별 퇴직금은 월 기본급의 40개월치다. 이와 별도로 생활 지원금 2천500만원, 직급별 최대 3천만원에 달하는 전직 지원금도 지급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이마트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액은 29조4천722억4천789만원이다. 전년 대비 0.5%(1천398억3천405만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엔 1천356억5천168만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469억3천543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70.5%를 보유한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와 오프라인 시장 악화 등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통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이마트의 온라인 플랫폼인 지마켓, SSG닷컴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국내 이커머스 선두 주자인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 매출을 뛰어 넘었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C-커머스의 국내 공세도 매섭다. 이런 점이 이마트가 구조조정 카드를 빼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이마트 노조는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도 선도하지 못했다. 새로 온 대표는 업의 본질을 얘기하더니 결국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인건비를 줄인다”며 “회사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희망퇴직은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 진행해야 한다”며 “그 이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임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경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단행에 따라 경기도 이마트·트레이더스 점포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지난 20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이마트는 42곳, 트레이더스는 13곳으로 적지 않다. 이마트 평균 근속년수는 남자가 13.4년, 여자가 12년이다. 경기도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희망퇴직 기준인 근속 15년에 해당하는 이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은 국내 영역을 확장 중인 알리익스프레스가 대거 채용에 나선 점과도 대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엔 유통업계 최소 수준의 연봉, 최소 5년 근속 보장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추진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규모는 아직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겐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는 재도약을 위해 죽전점 등 기존 점포의 새 단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새로운 이마트로 재도약하기 위해 올해는 ‘이마트 제2의 창업의 해’로 업계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며 연내 최소 5개의 출점 대상지를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식료품 전문 초저가 할인마트)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또 죽전점 등을 미래형 쇼핑몰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