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화(火)처럼, 가라앉는 수(水)처럼, 바로 서는 목(木)처럼… '생의 본질'을 좇는 춤사위
'화·수·금·목·토' 성질 프로젝션 맵핑
흐르고 끊기는 동작 사이 추상적 표현
무용수 각자 감각대로, 때론 함께 동작
"다양한 볼거리로 대중성 높인 무대"
무용수들은 타오르다가, 침전·유영하다, 쇠처럼 제련돼 자석처럼 단단히 붙다가, 큰 나무같이 곧게 가지를 뻗는 듯 혹은 뿌리내리는 듯 움직이고, 그렇게 가득 축적한 에너지를 대지 위에서 한바탕 발산하며 춤을 췄다.
무대는 바닥과 벽면에 '화(火)·수(水)·금(金)·목(木)·토(土)' 오행 각각의 성질을 상징하는 프로젝션 맵핑이 투사돼 오행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그 속에서 무용수들의 춤과 움직임은 정념 그 자체의 표현으로 보였다.
인천시립무용단이 부평구문화재단과 공동으로 기획한 '원천(○川)'이 지난달 29~30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마쳤다.
인천시립무용단 정명훈 상임 부안무자가 창작한 '원천'은 오행을 통해 바라본 삶의 궤적과 다채롭고 복잡한 생의 본질을 좇는 작품이다. 흐르고 끊기는 춤 동작 사이 펼치는 오행의 추상적이고 유형적 모든 현상을 표현했다.
군무보다는 무용수 개개인 기량을 보이기 위해 집중하는 듯 모두가 본인의 감각대로 자유로이 움직이다가 또 함께 움직였다.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 무용수들은 몸의 언어로 내면화한 오행의 키워드를 표출해야 했다. 주역 무용수 박재원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연기로 삶의 여정을 통과함을 보여줬다.
정명훈 부안무자는 "무용단원들의 스타성을 키우기 위해 기량을 향상하자는 생각도 작품에 담았다"며 "한국무용은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현대적 춤사위와 다양한 볼거리로 대중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원천'은 오행의 각 요소를 순차로 다룬다. 각 요소는 본질적 의미를 기반으로 시작하되 안무가의 상상을 통해 재해석되며 기존 의미와 형태가 변형, 재조합을 거친다.
인간의 생애에서 고난과 역경, 실패와 성공 같은 경험은 의도와 의도하지 않음이 교차되며 마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삶의 지표 위에 모여 하나의 점(○)을 이룬다는 의미를 작품은 아우른다.
'화' '수' '금' '목' '토'가 각각 제목으로 붙은 각 장은 오행의 성질을 표현하며, 그것이 분절되지 않고 앞뒤 장이 자연스레 섞이는 과정이 있다.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앰비언트 음악을 뚫고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몸을 움직이고 부대끼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5장(토)에서 본격적으로 무대 바닥과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는 프로젝션 맵핑은 또 다른 볼거리다. 앞으로 더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면 프로젝션 맵핑의 스펙터클이 배가될 것 같다.
'원천'은 지난해 5월 초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인천시립무용단의 대중적 레퍼토리로도 가능성을 봤다.
이번 공연은 윤성주 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정명훈 부안무자가 안무를 창작해 공연 전반을 지휘했다. 음악 강명신, 영상 임정은, 조명 이승호, 의상 민천홍 등이 참여했다. 무용수 김도희·김세희·김윤서·박소연·박진아·배아란·양수현·유나외·임승인·전수진·정민서·허진영·홍수연·박상현·박재원·진원석이 출연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