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MMCA 소장품전'
국내외 사진작가 34명 작품 200여점 선별


홍순태
홍순태作 '청계천, 1968'.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모습의 이면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개최되는 사진 소장품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1천300여 점 가운데 국내외 사진작가 34명의 사진 200여점을 선별했다. 전시는 1950년대를 관통해 200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의 풍경과 인물 사진들로 도시와 일상, 역사적·사회적 사건들을 보여주며, 한국 현대미술 속 사진의 전개 양상과 사진 매체의 기술적·형식적 변화도 파악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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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눈앞에 다가온 도시'에서는 한국 고유의 근대화 흔적이 담긴 '도시'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건물의 높이와 밀도가 높아지고, 이에 도시는 먼 곳보다는 눈앞의 풍경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됐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도시 풍경의 입체감과 부피감을 보여주는 섹션으로,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 시대상을 생생히 기록한 김희중의 '명동성당', 1990년대 공사 현장의 야경을 통해 산업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홍일의 '기둥1', 산업화의 중심에 있던 청계천을 객관적 시선으로 기록한 홍순태의 '청계천, 1968'을 비롯해 박찬민·강홍구·금혜원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부 '흐르는 시간에서 이미지를 건져 올리는 법'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개인의 '일상'에 주목한다. 특히 다양한 장소와 일상용품 등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시대에 따른 개인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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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알프스 #09’

이곳에서는 고단한 일상을 달래는 포장마차 속 풍경을 촬영한 김미현의 '포장마차', 도시와 농촌의 접경 지역의 실내 풍경을 통해 1990년대 경제성장의 이면을 나타낸 전미숙의 '기억의 풍경-경북 고성', 폐장한 강원도 알프스 리조트의 리프트에서 공허함을 포착한 김천수의 '알프스 #9' 등 시대적 표상이 담긴 이미지들이 전시돼 있다.

3부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에서는 도시와 일상이 형성되는 방식에 영향을 준 사회·정치적 사건들을 다룬다. 한국전쟁, DMZ, 매향리, 지구 온난화, 원자력 발전소 등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과 시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환기할 수 있게 한다.

일본 대지진을 기록한 오노 다다시의 '2012 후쿠시마현 소마 제방', 미군의 공군 사격장이었던 매향리에 남겨진 비극적 역사를 다룬 강용석의 '매향리풍경', 송상희의 '매향리'를 포함 이상일, 노순택 등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눈앞에 있는 풍경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할 이번 전시는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