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소재 A사, 품관원 단속 적발
값싼 중국산, 국내산과 섞어 판매
거래처 수십곳… HACCP 획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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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등에 고춧가루를 공급하는 A사가 최근 원산지 표시를 위반해 적발된 가운데, A사공장 주변에 고춧가루 제조 과정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상자들이 쌓여 있다./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국내 대기업 등지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한 법인이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다 최근 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1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따르면 평택시에 본사를 둔 A사는 이달 초 국산, 중국산 건 고추를 혼합한 고춧가루를 제조해 판매하면서 원산지표시를 100%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당국에 적발됐다.

관련법(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상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업체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이런 사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 서산·태안사무소가 관내 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위반과 관련한 정기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설립된 A사는 고춧가루 제조회사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획득했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에서부터 생산과 제조, 가공, 조리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이거나 오염되는 등의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식품안전관리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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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중국산 건 고추를 혼합한 고춧가루를 제조해 판매하면서 원산지표시를 100%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당국에 적발된 A사의 전경./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취재 결과 A사가 고춧가루를 공급한 거래처만 B사. C사, D사, E사, F사 등 수십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에선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값싼 중국산을 섞어 판매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김치공장에서 고춧가루를 납품받는 가격을 보면 1㎏당 중국산은 8천~8천500원, 국내산은 1만8천~1만8천5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게 판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사는 고춧가루를 생산하는 업체로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규모가 큰 회사"라며 "중국산하고 국내산은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데, 만약 이번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부당이익을 엄청나게 챙겼을 것이다. 특히 먹는 걸로 장난치는 회사는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관내 업체 등을 대상으로 상시로 원산지 조사를 시행하는데, 조사 중 현장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며 "추가적인 부분은 수사 중인 상황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A사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와 관련)잘 모르겠다. 나중에 공문 같은 게 나올 것"이라면서"그때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상훈·김지원·한규준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