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 유학생 유치 상당한 비율
지원체계 부족·교육 질 관리안돼
재정 열악 학교 정부지원금 치열
교수 '계약 고용' 소리없이 사라져
우선 학생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20여 년 전부터 예고되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그 충격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정원은 49만명 정도 되는데 실제로 입학하는 학생은 37만여 명이 된다. 전국 대학에서 1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 지고 있다. 벚꽃이 남쪽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게 아니라 요즘은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피고 있다. 대학의 위기도 서서히 진행되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은 두 가지 대응책으로 이 문제에 응대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외국학생 유치이다. 입학 정원을 통제하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정책에서 대학이 살아날 길은 정원 외로 외국학생을 유치하는 일이다. 입학정원과 관계없이 무한정 선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정적 보충을 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학생들도 많이 들어오지만 중국 학생이 압도적이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중국말들이 들리고 강의실에서도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한편으로는 우리 대학의 국제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의 생존을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측은지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더 걱정인 것은 이러한 유학생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부족하고 교육의 질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이 의존하는 두 번째 전략은 정부지원금이다. '글로컬대학30'이라는 이름으로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1개교당 총 5년간 1천억여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수도권은 제외하고 지방대가 대상이다. 이 사업에 지방대학들은 목숨을 걸 정도로 치열하다. 또한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만 대학혁신지원사업 인센티브(지원금)를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발표 3주만에 이를 철회하여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정부지원금은 재정이 열악한 대학 입장에서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니 무전공 선발, 무학과 선발 아니 그 이상을 요구해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오늘날 대학의 실정이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교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대학의 역할을 취업기관으로만 본다면 경영학, 공학이 강조되고 인문학, 순수과학, 예체능 영역은 거의 무시될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비인기 학과는 점차 소멸할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은 입학생이 없어 소멸하고, 수도권 대학에서는 문사철과 같은 비인기 학과는 사라지고 취업률 높은 전공만 남게 된다. 우리 대학의 미래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대학 내부에서는 또 다른 기형적인 대응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교수채용 방식의 변화이다. 쉽게 말하면 대학교수의 비정규직화를 통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여 부담을 떠 안지 않으려 하고 있다. 교육전담교수, 산학중점교수, 비정년전임교수, 겸임교수 등 다양한 이름의 직열이 만들어지고 있다. 계약을 통해 불안정한 고용을 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교정에서 누가 교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잠시 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존재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쓸 때는 얼굴을 모르고 지내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 얼굴을 보고도 누군지 모르는 상황을 자주 접하고 있다. 참으로 어색하고 낯설기 짝이 없다.
대학에 봄다운 봄이 오길 기대하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제발 그랬으면 좋으련만.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