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로 고통받는 사람이 25만명에 이른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탈모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정책과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계에서 탈모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을이 오면 짐승들은 털갈이를 하여 털이 매우 촘촘해진다.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를 추호(秋毫)라 한다. 추호는 가을철에 가늘어진 짐승의 털이란 뜻인데, '아주 적거나 조금인 것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개혁(改革)'의 원뜻은 가죽을 간다는 것이 아니라 털갈이를 한다는 뜻이다. 이 혁(革)과 관련된 것이 '주역'의 49번째 '택화혁' 괘인데, 괘사는 "기일 내 변화를 추진하면 사람들의 이해와 믿음을 얻어 크게 형통하니 정도를 지키면 이롭고 후회하지 않는다(革,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주역'의 '잡괘전'에 보면 "혁은 옛것을 버림이요, 정은 새것을 취함이라(革, 去故也. 鼎, 取新也)"라고 하여 가죽 혁 자가 '고칠 혁'의 의미로도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계에서 새롭게 털갈이하는 현상이 바뀌고 고친다는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또 '주역' '대상전'에 보면 "연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는 역을 다스리고 사계에 응할 때를 명확하게 한다(澤中有火革 君子以治曆明時)"라 했다. 치력명시(治曆明時)란 절기를 다스리고 때와 시간을 밝히는 일, 다시 말해 때와 시간을 제대로 밝히는 일을 '혁'이라 했다.
혁신(革新)은 낡은 제도·조직·관습을 바꾸는 것인데, 시간을 제대로 밝힌다는 뜻을 담은 '주역'의 '혁'괘와 '대학'에 나오는 '나날이 새롭게 한다(日新又日新)'와 '생명을 북돋아 준다'는 '신'이 결합된 단어다. 혁신의 영어 표현은 '이노베이션'인데, 이 이노베이션을 현재와 같은 혁신의 의미로 정립한 경제학자가 슘페터다. 그의 '경제발전이론'(1911)은 마차 시대에서 철도 시대로 넘어가면서 생긴 사회경제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특유의 혁신 이론을 완성해 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혁신'이다. 각 정부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의 화두가 혁신이다. 혁신은 때와 시기도 중요할뿐더러 대상을 더욱 북돋아 주고 살리려는 상생에 있는 것이지 쳐내고 없애버리는 데 있지 않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