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보따리상 명의 물품 구매
반송수출 신고·가짜박스 바꿔치기

檢, 31만갑 압수·1억4천만원 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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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인천공항본부세관 직원이 반송수출 면세품의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해 국내로 빼돌린 밀수입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양주와 담배를 살펴보고 있다. 2024.4.1/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대량의 수출용 면세 담배와 양주를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한 일당이 검찰과 세관의 공조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재외동포 A(39)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인도피 혐의로 속칭 '바지사장' B(7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담배와 양주 등 수출용 면세품 77억원어치를 국내로 밀반입하거나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담배 70만갑(시가 37억6천만원 상당), 양주 1천110병(3억6천만원 상당)을 몰래 들여와 유통했다. 또 담배 40만갑(35억8천만원 상당)을 밀반입하다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인 보따리상 명의로 면세품을 구입한 후 높은 마진에 되팔아 수익을 얻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이 면세품을 구입하면 이 물건들을 '반송수출' 신고하고,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창고에서 가짜 수출용 박스로 바꿔치기했다. 반송수출은 면세품을 보세구역에 보관하다 외국으로 수출하는 절차다.

A씨 등은 반송수출 면세품이 공항이나 항만 화물터미널로 출고되는 과정에서 출항 일정 등의 사유로 중간 창고를 경유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가짜 수출용 박스에 양주 대신 생수를, 담배 대신 골판지를 집어넣어 면세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빼돌린 면세품은 높은 마진을 붙여 불법 유통업자에게 넘겼다.

세관은 C씨 등 3명을 지난해 5월 먼저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세관과의 공조로 폐쇄회로(CC)TV 영상의 화질을 개선해 바꿔치기 장면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여 이들을 모두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먼저 붙잡힌 C씨 등은 휴대전화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등 범행을 부인하거나 A씨의 존재에 관해 함구했다.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B씨를 바지사장으로 섭외해 허위 자백하도록 4천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면세품을 생수로 바꿔치기하다 범행이 적발돼 수사 대상에 올랐음에도 면세품 바꿔치기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적발된 면세품을 봉인 조치하고, 이미 국내로 반입된 면세품의 동선을 추적해 담배 31만갑과 양주 960병 등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당 소유 자동차 7대를 비롯해 1억4천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추징 보전했다"며 "앞으로도 세관과 공조해 통관 절차를 무력화하고 국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관세 범죄에 긴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