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부 실정' 국힘 '무능 야당'
뻔한 문구 '일꾼' 검증·차세대 갈려
인물경쟁력 '구애' 정책·공약 '미흡'
대통령·당대표 사진비중 낮게 게재
 

 

선거공보물 카피촬영
선거공보물 카피촬영 2024.4.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4·10 총선 공보물이 최근 인천지역 유권자 각 가정에 도착했다. 1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누리집에서 내려받기와 열람도 가능하다.

선거 공보물은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선택할 중요한 근거 자료 중 하나다. 공보물에서 후보자 직업과 학력, 경력, 납세 실적, 재산 신고액 등 정보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 후보와 정당의 선거 전략과 공약 등도 함께 드러난다.

표심 변화에 민감한 후보들이 어떤 전략으로 공보물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면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현 정부의 '실정'을 두드러지게 표기했다. 국민의힘은 '무능한 야당'이 아닌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한다.

민주당 이재명 계양구을 후보는 공보물에 큰 글자로 '위기의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경제 폭망' '민생 파탄' '무능 정권' 등을 써가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선거구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공보물에 '도대체 뭘 했습니까?'라는 문구를 크게 새겨 넣었다. 구겨진 모습의 이재명 후보의 지난 국회의원 선거 공보물을 배경으로 '김포공항 이전?' '탄약고 지하화?' 등의 문구를 적었다.

후보 공보물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낱말은 '일꾼'이다. 유권자 위에 군림하지 않고 유권자가 원하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일꾼'이라는 단어 앞에 다선인 현역 의원과 도전자의 위치에 있는 후보들이 택한 수식어는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 배준영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는 공보물 첫 페이지에 '검증된 일꾼'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반면 같은 선거구 조택상 민주당 후보는 첫 페이지에 큰 글씨로 '바꿉시다! 진짜일꾼!'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현역 의원은 자신을 '검증된 전문가'로 소개하고, 정치 신인은 '차세대' '새 인물' 등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성과를 강조하는데, 첫 국회 입성을 노리는 후보들은 자신을 소개하며 전직 업무 성과 또는 활동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 맹성규 남동구갑 후보는 국회 예결위 간사 이력, 각종 입법 실적 등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 손범규 후보는 전직 아나운서 경력과 인천시 홍보특보 경험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남동의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후보들이 공보물을 통해 자신의 '인물 경쟁력'을 나타내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정책·공약'에 대한 홍보는 미흡하다. 대부분 후보가 제목이나 한 줄 공약을 열거하는 식이다. 재원 조달 방법을 비롯한 공약 이행 방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유권자들이 공보물만 보고 후보자를 고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보물 단골손님인 현직 대통령이나 여야 당대표 사진이 아예 없거나 비중이 낮게 게재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 관련기사 (민생·실행계획 뒷전 '속 빈 정책공보물')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