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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 앞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김은진(44)씨. /경인일보DB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양 의무자가 인천에서 이례적으로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한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지법은 최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1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전 아내 B씨에게 두 아이의 양육비 9천60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B씨가 양육비를 받으려고 이행명령 청구, 강제집행 등 모든 사법적 방법을 강구했음에도 A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B씨는 법원의 명령을 받고도 A씨가 양육비를 주지 않자 엄벌을 촉구하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삭발 시위를 국회 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이후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을 제외한 이름, 생년월일, 직업, 주소(근무지)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 대해선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등도 내리고 있다. 이런 명령을 받고도 1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미지급이 계속되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재판에서는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잇따라 선고됐다. 최근 같은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한 수원지법 판결도 그러했다. C씨는 2019년 전 배우자 D씨와 이혼한 뒤 자녀에게 지급하라고 명령받은 1천5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다. 재판부는 C씨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었다는 주장을 일부 감안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두 판결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초 민생토론회에서 미지급 양육비를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추징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2025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도 4·10 총선 공약으로 이를 내놨다. 양육비는 부부의 연 등을 맺었던 개인 간 채권·채무의 문제가 아닌, 자녀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사안이다. 아이들이 구김 없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부양 의무자들이 책임을 다하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공론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