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보택시 저지 시위 '21C 러다이트운동'
혁신시대… AI 가세 노동의 미래 더욱 불안
IMF총재 "선진국 일자리 크게 위협" 우려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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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1811년 3월부터 잉글랜드 중부 노팅검의 소도시 아놀드(Arnold)의 방직공들이 수십명씩 떼로 몰려다니며 공장의 기계들을 파괴했다. 이들은 기업주와의 협상에서 저임금 해소를 요구했으나 실패하자 다시 법률에 호소했음에도 별무성과여서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후 요크셔, 랭커셔 등 신흥공업지대로 확산되어 8개월만에 무려 1천대 이상의 방직기들이 파괴되었는데 이것이 유명한 러다이트(Ludditte)운동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던 절박한 사건이었다. 이 운동은 자본가들과 결탁한 정부의 강경 대응, 산업자본주의의 외연 확대 등으로 종식되었다.

지난해 8월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운행을 전면 허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이란 명칭의 한 시민단체가 로보택시에 고깔모양의 주황색 '러버(고무) 콘'을 얹어놓는 방식으로 운행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차량의 전면에 부착된 자율주행 센서에 콘을 씌워놓으면 로보택시가 운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자율주행택시가 교통혼잡 유발은 물론 심지어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버 등 공유업체 운전자들은 로보택시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한 무리의 군중들이 로보택시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세이프 스트리트 레벨 관계자는 자신들의 시위가 인공지능(AI)에 대한 최초의 물리적 항의라며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으로 칭했다.

기술적 실업이란 기술진보에 따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기계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마르크스실업이라고도 한다. 마르크스는 기계화를 하면 기술 진보가 수반되는데 그 결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절약적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을 구축(驅逐)한다는 것이다. 소위 산업예비군론의 이론적 근거이다. 오늘날은 혁신의 시대이다. 세계화로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장악하고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했다. 선진국 중심의 높은 실업률의 배경이다. 그런데 작금에는 여기에 인공지능(AI)이 가세하면서 노동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산업현장에서의 AI 역할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는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까운 장래에 기술적 실업이 격증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AI 권위자 중 한 명인 브라질의 벤 괴르첼(Ben Goertzel)은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연례기술 콘퍼런스(Agence France-Presse)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3∼8년 이내에 인간 일자리의 80%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충격을 주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1월14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특히 선진국들의 일자리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날 IMF가 공개한 'AI와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는 선진국은 전체 일자리의 60%, 신흥시장은 40%, 저소득 국가는 26%가 AI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에 또 한 번의 번영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대치를 높이는 중이나 대량실업 문제가 고민이다. 경제적 양극화 확대문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재분배를 위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주문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과의 발터 샤이델 교수는 역작 '불평등의 역사(The Great Leveler)'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한 평화적 정책개혁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평등이 전쟁, 혁명, 국가붕괴, 전염병 등 폭력적 대압착을 통해 해소되었는데 결과는 국민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의 평등화였다며 "우리 모두는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항상 비명과 울음 속에서 탄생했음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