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는 세상이다. 쇼핑몰에서도 아기 대신 개들이 앉아있는 개모차를 애지중지 밀고 가는 애견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펫박람회에서 개소파와 개영양제를 구입하거나 '댕댕런'에 참가해 함께 달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멍집사'들은 퇴근 후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애견스튜디오에서 견생 네 컷을 찍어준다. 반려인 1천500만시대 다운 풍경이다. 펫팸족(Pet+Family)은 강아지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은 2022년말 기준 302만5천859마리다. 2017년 117만5천516마리였던 반려견이 5년 만에 157.4%나 급증했다. 반려견 등록률은 2023년 기준 76.4%로 실제로는 더 많은 반려견들이 집사들을 부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려견이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물림 환자 이송 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 2천154건, 2020년 2천114건, 2021년 2천197건, 2022년 2천216건이다. 하루 평균 6명이 구급차 신세를 진다.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맹견 사육 허가제가 오는 27일 첫 시행된다. 6개월 이내인 10월 28일까지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 등록과 함께 맹견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도 반드시 해야 한다. 맹견에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그 잡종까지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기질 평가와 개면허시험을 통과한 견주에게 맹견 사육을 허가한다. 호주도 맹견 소유자에게 연간 사육비를 부과하고 안전조치를 갖춘 특수 사육장에서 개를 키우도록 한다. 운전면허처럼 맹견 사육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개 물림 사고는 특정 견종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견종 특유의 기질보다는 성장과정과 환경에 따라 공격성이 생기기도 한다. 난폭견도 강형욱 훈련사가 기르면 개과천선 되는 논리다. 덩치 큰 도사견이든 작은 몰티즈든 견주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원에 가면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개들이 흔하다. 애견인에게는 금쪽같은 가족이지만, 동물공포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맹견 사육 허가제보다 펫티켓(Pet+Etiquette) 엄수가 먼저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