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파리올림픽 공기소총 과녁 겨냥
주말마다 울산까지 700㎞ 직접운전 육아
"시야를 넓혀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
만삭의 몸으로도, 아이를 낳고서도 변함없이 총을 들었다. 이따금 흔들릴 때면 "엄마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해야 아이도 즐겁다"고 되뇌며 마음을 붙잡았다. 최근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낸 경기도청 사격팀 금지현(24) 얘기다.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올림픽에 출전하게 돼 기쁘죠. 출산하고 10개월 뒤에 나선 경기였거든요. 우승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올해 시작될 시즌을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운이 따라준 거 같습니다."
지난달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선발전 여자 공기소총 종목경기에서 금지현은 상위 4개 기록 합산 2천529.1점을 기록하며, 2위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앞서 2022 국제사격연맹(ISSF) 카이로 세계라이플선수권대회서 확보한 쿼터를 지켜내며 값진 결과를 얻었다.
출산 전에는 '만삭의 총잡이', 출산 후에는 '총을 든 엄마'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창원에서 펼쳐진 실업연맹회장배 사격대회에 만삭의 몸으로 출전했다. '출산은 곧 경력단절'로 인식되는 스포츠계, 의도하지 않았지만 금지현의 커리어는 긍정적인 본보기가 됐다.
하지만 멋진 타이틀에 가려진 현실은 치열하다. 육아와 훈련을 병행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는 주말마다 아이를 돌보러 울산까지 왕복 700㎞를 직접 운전해 달려간다.
"친정이 울산이라 주말마다 육아하러 경기도에서 울산까지 직접 운전해서 내려간다. 물론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아기를 덜 보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만…. 어떤 엄마가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압축적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건 금지현만의 훈련 방식. 그도 그럴 것이 출산 후 체력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체력이 임신 전만큼 따라오지 않아 한동안 힘들었다. 자존감이 내려가 멘털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금지현은 출산과 사격,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만을 택하지 않았다. 출산 후 슬럼프 아닌 슬럼프까지 겪었음에도 그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는 두 존재가 그를 버티게 한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고서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그때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격을 했는데, 승부욕도 그렇고 될 듯 말 듯 긴장감 있는 상황을 선사하는 사격만의 매력은 내게 여전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던해진 것을 넘어 스스로 "독해졌다"고 평하는 금지현. 그의 총부리는 이제 파리를 겨눈다. 더 먼 미래에는 한국이 사격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커다란 꿈도 품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면서 시야를 더 넓히고 싶어요. 훗날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한 번 더 운이 따라줘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다면, 사랑하는 딸의 목에 올림픽 금메달을 걸어줄 거예요."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