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간호부서장 등 협의 지침
강제조항 아니라 유명무실 지적
정부가 간호사들의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따른 위법성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위임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보완하고자 지난 2월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지난달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보완 지침을 내려 10개 분야 98개 진료행위 중 X-ray, 방광조루술, 전문의약품 처방, 전신마취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병원별로 병원장이 주요 진료과 및 간호부서장 등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를 거쳐 89개 진료지원행위 중 가능 범위를 최종결정한다.
그러나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조정위원회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가 하면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일부 병원에서 아예 조정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기 중부지역의 한 대학병원 PA간호사 A씨는 "병원장과 간호부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도 PA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PA간호사들은 현장에서 진료지원을 하고 있고, 상황이 생길 때마다 현장에서 진료행위 여부를 정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병원에서 조정위원회를 통해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범위에 대해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병원은 간호사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간호단체는 전공의가 있던 병원 전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통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따르면 병원장이 간호사 업무 관련해 조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병원이 있는지 협회가 조사 중"이라며 "간호협회가 강제력을 가진 단체는 아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