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00개 학교 공급 급식센터
'중국산 혼용' 업체의 제품 사용
학교 자율계약… 사전관리 허점
경기도 내 한 고춧가루 생산·판매업체가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돼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대기업 등에 납품돼 파장(4월2일자 7면 보도='원산지 속인 고춧가루'에 얼얼한 식품 유통업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들이 학교 급식에 김치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당국에선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고춧가루의 유통 경로 등을 정확히 파악해 조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도내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도내 한 지자체의 급식지원센터에선 김치 제조업체 4곳과 계약을 맺고 관내 100여개 초·중·고등학교 급식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김치제조업체 4곳 중 1곳은 대략 5년째 김치를 공급하는데, 이번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A사의 고춧가루를 납품받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B사의 경우 학교 급식 사업자로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학교 급식에 고춧가루 등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B사의 고객사와 협력사만 대략 3천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학교 급식에 김치를 공급하는 충북의 한 전통식품 제조·판매업체도 지난 2017년과 2022년도 당시 A사의 고춧가루를 받아 쓴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관련한 사태 이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들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A사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들 외에도 중국산 고춧가루가 사용된 김치를 학교 급식에 공급한 업체들은 더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학교 급식의 경우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대부분이 학교와 업체 간 계약·공급으로 이뤄지다 보니 교육 당국은 물론 일선 지자체에서도 공급업체 현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국내산인 줄로만 알고 공급받아 온 업체들뿐 아니라 중국산 고춧가루가 섞인 김치를 국내산으로 알고 먹은 아이들도 피해자"라며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업체도 문제지만, 사전에 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식재료 등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납품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도내 지자체 관계자들 역시 "관내 학교가 어떤 업체와 계약해 식재료를 공급받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 원산지 위반 여부도 지자체에선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A사와 그동안 계약을 맺었던 대기업 등은 이번 사태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거래를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김지원·한규준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