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실 '신뢰 붕괴' 현실화


아동 옷자락에 꿰매 숨겨서 보내
교사노조 "모든 책임 넘겨" 주장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조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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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가 법적 공방까지 치달은 이른바 '주호민 사건'(2월26일자 3면 보도=비극적인 '녹음 엔딩'까지… 책임자 없었던 나날들) 이후, 올해 새학기 개학 이후 한달여 동안 전국 특수교실에서 아이에게 녹음기가 발견되는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특수교육 현실은 뒤로한 채 녹음 갈등만 부각된 결과, 상호 간 '신뢰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교사들은 정부가 특수교사 개인에게 독박 씌우는 현실은 여전하다며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하 특수교사노조)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개학 이후 최근까지 특수교사노조에 접수된 녹음기 발견 사례만 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에서 접수된 한 사례는 장애아동 옷자락에 꿰매어 숨겨진 녹음기가 발견되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20여일 동안 반복적으로 아이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소 사건에서 법원이 녹음본을 증거로 채택한 영향이라고 특수교사들은 주장한다. 법원은 앞서 지난 2월 녹음본에 아동학대 정황이 담겨 고소를 당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1심에서 벌금 200만원형의 선고유예를 판결하며 녹음의 증거능력을 적법한 증거로 인정했다.

이에 특수교사노조는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특수교육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교실이 자기방어에 급급한 현장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해 '교권 논란' 이후 약속한 특수학급 인력 지원이나 행동중재 매뉴얼 마련 등이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아 모든 책임이 여전히 특수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애학생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황별 특수교사 지원 절차, 전문인력 현장 배치, 학부모 지원 역량 강화안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이 참고용에 그쳐 각 학교 재량으로 이행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인력 배치 현황도 각 시도교육청 충원 여건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부터 매뉴얼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조항 등이 없어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실제 현장에서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교육청이나 학교, 교사 개인이 알아서 책임을 떠맡는 구조는 여전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이미 녹음기 사태 등으로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교육청 차원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고,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4월부터 보조인력 추가 배치, 협력강사 도입 등 큰 폭의 인력 충원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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