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풍산동 미사지구 자족시설 내 IBK 하남 데이터센터와 하남 IDC 데이터센터.  /경인일보DB
하남시 풍산동 미사지구 자족시설 내 IBK 하남 데이터센터와 하남 IDC 데이터센터. /경인일보DB

IBK기업은행이 진행한 ‘IBK 하남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12월 사망사고가 난 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하남시 풍산동 IBK 하남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30대 A씨가 400kg가량 무게 패널에 깔려 숨졌다. A씨는 다른 노동자 1명과 2인1조로 팀을 이뤄 전기실 배전반용 패널을 수레에 실어 나르다, 패널이 A씨 쪽으로 무너지면서 깔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배전반 제조업체가 도급한 운반업체 소속으로, 8층으로 구성된 전산동 건물의 패널을 층별로 운반하다 7층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현장의 사망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4일 오전 9시40분께 30대 노동자 B씨가 고소작업대에 올라 전선관을 설치하던 중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그는 안전고리가 달린 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숨지고 4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노동자가 같은 현장에서 숨지자 발주자인 IBK기업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두 사고 모두 IBK기업은행이 시공을 맡긴 업체의 공사구간에서 발생했지만, 공사금액과 기간을 정하는 등 사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쳐서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장은 “발주처는 시공업체로부터 안전계획서를 받고, 공기 압박을 하는 등 현장에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고에서 발주자의 책임 여부가 법적 쟁점이지만, 같은 현장에서 반복됐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고의 관계성 여부와 별개로 같은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재발한 만큼 엄정하게 사안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12월 사고 관련) 안전 총괄책임자와 목격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아직 혐의가 드러나 입건된 대상은 없지만 종결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고 모두 시공사 관계자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다 혐의가 구체화된다면 발주자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같은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사안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BK기업은행 측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분들께도 애도를 표한다. 더 이상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 및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당행은 발주자로서 수사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