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가정서 가장 빈번해 '심각'
아이들 순함·느림·까다로운 기질
'타고난 것' 부모의 유전적 영향 커
정서적 안정시킨후 '맞춤형 양육'
인식·수용… 긍정적 관계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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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2022)에 의하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2만7천971건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5년간의 증가 추세는 유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학대행위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이 친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초저출생 국가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50명이라는 통계를 보았을 때 우려가 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22년에도 부모로 인한 학대가 82.7%에 달하였고, 아동학대 장소 또한 가정이 81.3%로 나타나 가장 아동을 돌보고 보호해야 되는 가정에서 모순적으로 학대가 가장 빈번하며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학대라는 것은 한 번 발생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학대의 고리'라고 할만큼 가해자와 피해자의 패턴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그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학대의 고리에 가족 관계가 얽히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관계를 맺지 않고, 아동학대를 예방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 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ENTP라는 등 다양한 유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아동기를 지나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얻어진 산물이고 그 이전 아동은 타고난 고유의 특성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질은 다수의 연구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순한 기질(easy child)'은 말 그대로 타고난 기질이 순하여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로 기억된다. 이러한 아동은 부모가 양육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아동의 발달이 거의 예측 가능하여 부모 자녀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중간 기질(slow-to-warm up child)'의 아동은 '느린 기질' 이라고도 불리며 모든 행동이 다소 느리고 새로운 상황이나 사람에 적응을 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은 한 달이면 끝나는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적응이 이러한 아동은 그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든다. 초등학교때는 등교 준비나 학업 등에서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동을 비난하고 행동을 독촉하기 보다는 '우리 아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니까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라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기다리고 도움을 주다보면 어느덧 아이가 자신이 타고난 것과 이후의 긍정적인 경험이 결합을 하게 되어 이러한 부분이 나아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동학대의 노출 위험이 있는 아동의 기질은 '까다로운 기질(difficult child)'이다. 이러한 기질의 아동은 행동의 예측이 불가능하고 어릴 때부터 잘 먹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한다.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동은 계속 훈육을 한다고 나아질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기질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타고나는 것'이다. 즉, 부모의 유전적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났을 때는 부모는 오히려 최대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녀가 까다롭다는 것을 일단 인정하고 그 후에 아동에게 맞는 맞춤형 양육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 심지어 까다롭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기질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아동은 남들이 듣지 않는 것을 듣고 보지 않는 것을 보기 때문에 이러한 섬세한 부분을 강화한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직종에서 이 기질이 빛을 낼 수 있다.

부모와 자녀는 일종의 조화를 이루는 관계이다. 이들은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한 쌍이 되어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그 어떠한 인간관계도 일방적인 관계는 없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애초에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아동의 기질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