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마을 임대주택 건설


인천시·iH·동구, 2026년말 입주
5168.1㎡ 규모 안정적 정착 지원
향후 임대료 등 취약계층 돌봄 과제


괭이부리마을
3일 방문한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옹기종기 붙어있는 작은 건물들이 노후화돼 해져 있다. 2024.4.3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인천시가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에 48가구 규모 연립주택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한다. 임대주택 건설 사업비는 인천시가,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은 동구청이 담당한다. 이곳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주거 인프라 개선과 함께 '공동체 유지'를 위한 복지·생활·문화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시와 동구, 인천도시공사는 3일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개선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2026년 말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 지역으로 알려진 인천 동구 만석동은 저층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쪽방촌'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만석동 앞바다를 메워 공장이 들어섰고, 공장에 일자리를 얻은 노동자들이 모여 형성됐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피란민 정착지로, 1960~1970년대에는 산업화와 함께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민이 이곳 쪽방촌으로 모여들었다.

3일 오후 1시30분께 찾아간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일대는 두 팔 너비가 채 되지 않는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1~2층짜리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었다. 오랜 세월을 드러내듯 건물 외벽은 해져 있었고, 창문이 깨진 채로 방치된 빈집도 눈에 들어왔다. 이곳 주민들은 도시가스가 아닌 연탄·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한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가구도 있다.

괭이부리마을 건축물 대부분은 무허가 주택이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iH), 동구와 함께 괭이부리마을 주거취약지역 개선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만석동 9의 40 일원 약 5천168.1㎡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쪽방촌 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동네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공공임대주택 건립 소식을 반겼다.

괭이부리마을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최은형(70)씨는 "집을 팔고 싶어도 낡고 불편해서 살 사람이 없을 거고, 내 집이니까 그냥 계속 여기서 살고 있다"며 "임대주택이 생기면 들어가서 살 의향이 있다. 좀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권영자(64)씨는 "건물이 너무 노후화 돼서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눈이 올 때마다 걱정된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임대주택 건립은 필요하다"며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찬성할 것"이라고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괭이부리마을 주민 대부분은 오래 시간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다. 이웃과 교류하며 지내는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이웃 주민이 또 다른 주민에게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즉석식품을 나눠주고, 주민끼리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다. 과일과 떡을 나눠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상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동네에서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괭이부리마을은 '이웃간 돌봄'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했다. 그는 "동네 특성상 연로한 주민이 많은데, 병원을 데려다주거나 연탄을 갈아주면서 살펴준다"며 "혼자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독거 어르신들도 이웃끼리 서로 챙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임대주택 건립 시 입주에 필요한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거나 주민간 왕래가 줄면 생계·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있을 것"이라며 "인천시 등이 이러한 부분도 세심하게 살피며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곳 주민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구체적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우선 임대주택 건립사업을 시행하면서 추후 복지 관련 부서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쪽방촌 주민들을 복지 정책과 연계하는 등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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