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진화 역할·밀랍사용 등 일화 소개… 대체불가 곤충의 '지식' 제공


■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마리 클레르 프레데릭 지음. 류재화 옮김. 뮤진트리 펴냄. 260쪽. 2만원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꿀벌은 어느덧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농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고, 설탕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꿀의 공급을 수요에 맞추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작은 곤충이 점차 없어져간다는 것은 살충제의 위해성, 획일화되는 환경, 꽃들의 감소, 벌 자체의 면역력 약화 등 '자연성'의 훼손과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간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는 생태학적 도전의 중심에 서게 된 꿀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다양한 지식을 제시한다. 그들에 관해 제대로 알아야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공존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인 마리 클레르 프레데릭은 음식 역사가이자 발효음식 전문가로서 책을 곤충학자의 관점이 아닌, 꿀의 공급자로서 벌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광범위하게 고찰한다.

꿀벌과 인간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꿀이 가득한 벌집을 사냥했고, 기원전 5만년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최초의 인류는 이미 밀랍을 이용할 줄 알았다고 한다. 저자는 5대륙에 걸친 다양한 유적지에서 발견된 사실들을 통해 벌의 서식지, 인간이 벌에서 꿀을 채집하게 된 방식, 꿀을 영양분의 공급원으로 삼게 된 과정, 나아가 꿀이 인류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탐구한다.

이와 함께 책에는 세계 곳곳의 문화에서 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신화에서 꿀은 어떤 상징을 띠고 시인들은 꿀을 어떻게 노래했는지, 꿀물과 권력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등 꿀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들이 채워져 있다. 책은 에너지가 풍부한 음식인 꿀의 지속적 소비가 인류의 진화에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강조한다.

저자가 이처럼 꿀벌과 꿀을 깊이 다룬 이유는 인류와 생태계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꿀을 공급하는 꿀벌의 위기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함이다. 인류는 꿀벌과 그들이 베푸는 꿀과 떨어질 수 없는 역사를 이어왔고, 사라지는 꿀벌은 곧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저자는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벌들의 적응력을 믿고,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아직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