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24년 전 중국어 한 마디 모른 채 중국으로 떠났던 저자가 도착한 날 숙소 화장실이 고장 나 있는 것을 보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하며 챙겨간 팩 소주를 꺼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혁명과 개혁개방의 시대를 지나 '중국몽의 시대'와 팬데믹을 관통하며 살아온 중국의 내면을 말한다. 56세의 나이에 폭력적인 남편이 지배하는 집을 나와 작은 자동차에 모든 짐을 싣고 여행길에 오른 여성, 간절하게 내 집을 갖고 싶어 국경 근처 싸고 낡은 아파트를 샀다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고 살아보지도 못한 채 3분의2 가격에 팔아야 했던 가난한 청년, 웃을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과 여전히 중국 사회의 기저에 흐르는 문화혁명의 상처 등.
저자는 24년을 중국에서 살아오며 한국에 오면 중국에 가고 싶고, 중국에 가면 한국에 오고 싶은, 양국 모두에 속하지만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경계인'이다. 생판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심정으로 중국과 중국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온도를 담아 쓴 이 책은, 땅과 마음의 국경을 넘어 중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