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현장에서 녹음전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주호민 사건' 이후 녹음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장애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개학 이후 한 달간 녹음기가 발견된 사례가 50여건에 달한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학부모들은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옷소매 안에 바느질로 숨기기도 한다. 20여일 동안 반복적으로 녹음기를 사용한 경우도 확인됐다.
불안해진 교사들은 사비를 털어 녹음방지기를 구입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모를 아동학대 민원에 대비한 자구책이다. "트집 잡히지 않을 말만 하는 영혼 없는 AI가 돼야 하나" 한탄한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 잇단 교권침해를 겪으면서 교사들은 집단적 방어기제로 무장했다.
지난 2월 1일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벌금 200만원 선고유예)이 내려졌다. 교원단체들은 "특수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을 밀착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행·폭언까지 감내하면서 교육과 안전·생활지도를 위해 버텨왔다"면서 "교실이 불법 녹음장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A교사의 무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쟁점이 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탓에 '몰래 녹음'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는 우려다.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021년 9만8천154명에서 2022년 10만3천695명, 2023년 10만9천70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반면 공립학교 특수교사는 2021년 1만7천257명에서 2022년 1만8천364명, 2023년 1만8천454명으로 장애학생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5.94명으로 전년(5.65명)보다 0.29명 많아졌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특수교사를 학생 4명당 1명씩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과밀학급 해소는 갈 길이 멀다.
교권 추락의 본질은 교육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학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프레임 뒤에 숨어있는 교육당국의 무책임이 원인이다. 소극적인 대처로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특수교사 개인이 민원의 맨 앞줄에 서서 감당하게 만든다. 법정 다툼은 학부모와 특수교사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다. 학대받았다는 장애학생도 교실에 남아있는 다른 장애학생도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된다. 신뢰에 균열이 생긴 교실에서 사제동행은 요원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