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문 닫는 인천 개항장 문화공간
인천시민애집 찾은 관광객 '헛걸음'
건물밖서 해설사 설명 듣고 이동
"서울 고궁은 개방" 주민도 불만
민원 생기자 주말·휴일 여는 곳도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 '역사문화의 거리'를 찾은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박물관 등으로 쓰이는 근현대 건축물의 제한된 운영 시간으로 헛걸음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4일 낮 12시30분께 중구 송학동 '인천시민애(愛)집'. 1900년대 일본인 사업가 별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1966년부터 2001년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됐다가 지금은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쓰이는 근현대 건축물이다.
인천시 문화해설사와 함께 개항장 역사문화 투어를 하러온 관광객 10여 명은 닫힌 문 앞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부에 못 들어가 봐서 아쉽다"며 발길을 돌렸다.
입구엔 '무료관람, 점심시간(12:00~13:00)'이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문화해설사는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에서 이 건축물의 역사 등을 설명한 뒤 참가자들을 다음 목적지로 이끌었다.
서울에서 온 김모(61)씨는 "고교 동창들과 모여 개항장 투어를 왔는데 점심시간이 겹쳐 입장하지 못한 곳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문화해설사는 "항상 점심시간 전에는 투어를 마무리해서 인천시민애집이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에 있는 근현대 건축물 제물포구락부(송학동·개항기 제물포 거주 외국인의 사교 공간), 긴담 모퉁이집(신흥동·옛 인천시장 관사), 개항장 이음1977(송학동·197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 등은 현재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문 닫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곳을 애써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적지 않다.
인근 주민들도 헛걸음할 때가 있다. 백모(59·인천 중구)씨는 최근 서울에서 온 지인과 점심식사를 한 뒤 개항장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며 제물포구락부를 찾았다가 운영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부를 관람하지 못했다.
백씨는 "서울 덕수궁 등 고궁들은 점심시간에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며 "관광객뿐만 아니라 잠시 산책하러 오거나 손님을 모시고 오는 주민들도 자주 방문하는 공간인데 점심시간에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복합문화공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민원이 생기자 제물포구락부는 이따금 점심시간에도 문을 연다. 인천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공간마다 상주하는 직원 수가 많지 않아 주말, 휴일 등에만 유동적으로 점심시간에도 문을 연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공간 운영을 위해 운영시간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