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령에도 10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남성이 이례적으로 실형(3월28일자 6면 보도)을 선고받은 가운데 유사 형사재판의 결과가 주목된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 문종철 판사 심리로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A(38·남)씨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A씨는 2019년 9월부터 최근까지 전 아내 B(38)씨에게 두 아이의 양육비 7천5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문 판사는 A씨에게 “며칠 전 양육비 미지급 사건의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아느냐”며 “선고 기일인 5월 30일까지 양육비를 지급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인천지법은 10여년 간 전 아내 김은진(44)씨에게 두 아이의 양육비 9천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40대 남성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검찰은 이마저도 형량이 낮다며 최근 항소했다.
판결 이후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법원의 명령에도 악의적으로 수년간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며 “동종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악의적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법적 제재조치 강도는 계속해서 높아져야 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양육비 미지급 사건에서 처음 실형이 선고되자 이와 유사한 형사재판에서도 실형 등 높은 형량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B씨는 “(전 남편은) 일을 하면서도 4년 동안 약 100만원 정도를 지급했을 뿐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며 “앞선 판결에서도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낮은 형량과 법원마다 다른 판단 기준 등은 앞으로 관련 사건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피해자들은 인천지법의 판결을 매우 반겼다. 이번 사건의 구형량과 형량이 앞으로 관련 사건에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형량이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고 더 높은 형량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 사건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민승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장기간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은 죄질이 나쁜 사안에는 실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해준 판결”이라면서도 “법원 판결은 보수적인 경우가 많아 징역 3개월도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런 사건에서 계속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