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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지난해 10월 초 독일 베를린 출장 때 옛 동베를린 시청사 인근에 있는 공공 복합문화공간 '알테 뮨즈(Alte Munze) 베를린'을 찾았다. '오래된 동전'이란 이름처럼 1930년대부터 독일 화폐를 주조했던 공장 건물을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을 위한 작업실과 전시실 등으로 재생시킨 공간이다.

알테 뮨즈엔 공간 운영 취지를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도심에 위치해 미래, 도시와 사회에 대해 더 나은 그리고 멋진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에 작업실을 꾸린 30대 독일인 3D 애니메이터를 만났더니, 이 같은 운영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곳은 누가 집권하느냐는 정치적 맥락에 따라 활성화하는 방향이 달라진다"며 "하지만 이곳은 다양한 문화활동이 일어나는 곳이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공간 운영 취지에 맞춰 정체성을 규정짓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알테 뮨즈에 작업실을 마련했을 뿐이었다고 했다.

때론 이 같은 예술가 특유의 '불화' 혹은 '저항'의 태도가 창작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본인이 혜택을 받는 공공시설(기관)조차 당당하게 비판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기류야말로 오늘날 베를린을 전 세계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베를린에서의 경험을 떠올린 건 최근 인천 지역 현장에서 '지원 예산을 틀어쥔' 지자체 등 공공기관 간섭이 과도하다는 예술가와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들의 깊은 푸념을 자주 접해서다. "용역회사로 전락한 것 같다.", "자율성·전문성을 자꾸 침범한다.", "예술이 관광 상품 신세다.", "예술가는 쫓겨나는 존재인가."

창작은 오로지 창작자의 몫일 때 온전한 가치를 발하는 게 아닐까.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른바 '팔길이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것이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이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기도 하다. 너무 뻔해서 꺼내기도 머쓱한 얘기다.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