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건물 ‘인천 병원’으로 기록
인천시, 유일한 자료·유물 등 갖춰
아카이브 사업… 역사적 가치 높아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있는 무기 제조공장 일본육군조병창 병원 추정 건물(현 1780 건물) 위치에 ‘인천병원’으로 명시된 일제강점기 자료가 처음 확인됐다.
허광무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작성한 조병창 배치도를 일본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서 받아 분석한 결과 당시 병원 건물 위치가 현재 추정 건물과 거의 일치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자료는 최근 허 연구위원이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펴낸 ‘부평 조선 병참의 별이 되다’에 수록됐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 등이 군수물자를 만들다가 다치면 치료받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내과·외과·진료소 등으로 구분돼 있었다는 게 당시 서무과 직원이었던 지영례 할머니 증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동안 조병창 병원 건물을 담은 배치도·도면 등 자료는 확보하지 못해 1780 건물이 곧 조병창 병원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허 연구위원이 확보한 자료를 살펴보면 캠프 마켓 B구역 정문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은 인천병원으로, 왼쪽 미군 야구장 부지는 조병창 본부로 표기됐다. 이 같은 구조는 인천뿐만 아니라 일본(6곳), 중국(1곳)에 있었던 조병창 설계와 동일하다고 한다. 허 연구위원은 조병창 8개 기지 배치표를 확인한 결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무동으로 쓰였던 본부, 병원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기 제조공장인 조병창 특성상 접근성이 높은 곳에 본부, 의료시설을 두고 무기 종류와 공정 등에 따라 나머지 시설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조병창 병원 등 일제강점기 상징 건물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허 연구위원은 “캠프 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 등은 일제강점기 역사를 나타내는 증거로 남겨야 할 가치가 매우 높다”며 “일본 침략 전쟁을 나타내는 조병창과 관련해 자료·유물·구술 증거는 물론 공간까지 다 갖춘 곳은 인천이 유일하므로 그 의의가 크다 ”고 말했다.
조병창부터 미군기지까지 베일에 싸였던 캠프 마켓의 실체를 밝히는 자료는 공공·민간 영역을 막론하고 점점 쌓여가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캠프 마켓 관련 기록물 발굴·보존(아카이브)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문서·사진·도면·항공사진 등 자료 900여 점을 수집했다.
인천시 아카이브 사업에서도 흥미로운 자료가 상당수 발굴됐다. 미군이 1947년 작성한 부평 미군기지 도면을 보면, 기지 내부에 코카콜라를 직접 제조하는 공장도 있었다. 부평 미군기지에서 전국 미군부대에 군수물자를 보급했기 때문이다.
부평 미군기지 야구팀과 서울의 한국인 야구팀이 친선경기를 가진 기록도 있다. 1947년 미군 공병대 건설 현장 사진 자료집인 ‘엔지니어 포토즈(ENGINEER PHOTOS)’ 앨범은 애스컴시티 기지 구축 등 각종 미군 공사 현장에 투입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모습과 도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