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힘 실어주면 정권 불통·독주 날개 달수도
野 찍자니 범법 혐의 받는 사람 비호하는 꼴
'정권심판' vs '야당심판' 잔혹한 밸런스게임
높은 투표율로… 현명한 국민이 대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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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착하지만 무능력 vs 악마지만 똑똑.' MZ세대들이 즐기는 밸런스게임에 자주 나오는 질문이란다. 게임이 아니면 금방 답하기 힘든 묵직한 질문이다. 밸런스게임은 어떤 선택을 해도 웃고 넘기는 오락성이 미덕이다. 극단적으로 대칭적인 질문 자체가 가정이니, 답도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어 가능한 게임이다. 같은 질문이 실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택의 양상은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단숨에 선택하거나 고민하며 선택을 미루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 22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지난주 사전투표한 31.3%를 제외한 남은 유권자들이 본투표에 나선다. 유권자에게 이번 총선은 역대급 밸런스게임이다. 선택지는 '정권심판 vs 야당심판'이다. 심판이 주제이니 정당들의 선거 캠페인엔 상대의 죄명과 혐의가 빼곡하다. 야당은 여당이 승리하면 무능한 정권이 나라를 망칠 거라 주장한다. 여당은 야당이 승리하면 법적 도덕적 파산자들이 국민을 지배할 것이라 반격한다. 여야의 주장대로라면 여당이 이기면 나라가 망하고, 야당이 승리하면 국민이 망한다.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해도 대한민국은 망한다니 연역의 결론이 황당하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좌익과 우익 두 날개로 비행한다. 바퀴 하나가 고장나면 수레는 좌우로 제자리를 맴돌고, 한쪽 날개가 상하면 좌우로 한없이 선회한다. 크기와 강도가 다른 두 바퀴 보다 부실해도 크기가 비슷한 두 바퀴가 낫다. 그래야 느리게나마 수레를 굴릴 수 있다. 국민은 역대 선거에서 정교하진 않아도 수레를 굴릴 수 있는 정도로 바퀴의 크기를 엇비슷하게 조율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두 바퀴의 균형이 깨지자 대선에서 부실한 바퀴를 보강해주는 지혜를 발휘한 유권자들이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여당을 지지하자니 정권의 무능을 용인하는 꼴이 되고, 야당을 찍자니 범법의 혐의를 받는 사람들을 비호하는 결과에 이를 테니 그렇다.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 정권의 불통과 독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고, 야당을 밀어주면 재판받는 의원들의 막말로 국회가 오염될 수 있다. 잔혹한 밸런스게임이고 양자택일은 고통스럽다.

그래도 결단하고 투표해야 한다. 정해야 한다. 열 중 세명의 유권자가 고민 없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확고한 여야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이고, 결집의 크기로 사전투표 승부는 결정된 상태다. 사전투표 결과를 제대로 보정하려면 본투표 참여율이 높아야 한다. 내일 투표율이 높을수록 선거 결과를 국민의 상식선에 근접시킬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선거 결과는 여야가 근소한 차이로 양립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건강하고 유능한 정당이라면 튼튼한 두 바퀴로 공화국의 전진에 속도가 붙는다. 한국인이 오매불망 소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구도이다. 반대로 여야 모두 부실하고 무능한 정당이라도 균형있게 양립시킨다면 최소한 부실과 무능의 독주는 막을 수 있다. 무능과 부실. 지금 우리 정부여당과 주류야당의 현실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운과 민생을 위협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무능 혹은 내로남불의 독주를 막는 특단의 정치적 균형이 절실하다. 핵무장 위협을 핵무장으로 막는 공포의 균형과 같은 이치다. 서글픈 정치 현실이지만 파국은 막아야 한다.

여야는 유권자에게 '정권심판 vs 야당심판'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심판 받을 정당들이 심판을 강요하는 폭력이라니 어처구니 없다. 현명한 국민이 답할 순간이 왔다. 답이 아닌 답을 선택하는 대신 정부·여당엔 경고하고 야당엔 자숙을 요구하는 균형감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이 이런 경지에 이른다면 대한민국은 3류 정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대신 전국민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선거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권 없는 투표로만 겨우 감당할 수 있는 3류 정치가 한국 정치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