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후 '재이송' 150% ↑
역외 이동도… "골든타임에 쫓겨"
올 초부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환자의 사망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 내에서도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 역시 재이송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충북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와 보은에서 물웅덩이에 빠진 생후 33개월 아이가 응급실 뺑뺑이로 안타깝게 숨졌다. 이런 상황은 경기지역서도 마찬가지로 빚어지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의 구급대원 A씨는 봉합수술이 필요한 한 열상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여러 병원에 전화했지만,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이송을 거절당했다. 결국 관내 병원이 아닌 다른 지역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했다.
A씨는 "혈관 손상이 있는 열상환자는 출혈이 심해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는데, 병원에 사정해도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거절했다"면서 "인근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안 돼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골든타임에 쫓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이 직접 응급실을 가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없으니 병원에서는 119에 물어보라고 하며 소방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다. 응급실 재이송 때문에 돌아가시는 분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 전공의 집단행동 후 응급실 뺑뺑이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공의가 집단사직에 돌입한 지난 2월18일부터 3월27일까지 119구급대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모두 61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집단행동을 하기 전 지난 1월1일부터 2월17일까지 재이송 건수인 243건보다 1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중 '응급실 부족' 때문에 재이송한 건수는 48건으로 의료공백 전 집계된 25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입원실 부족'은 1건에서 14건으로, '전문의 부재'로 인한 응급실 재이송은 105건에서 253건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도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행정1부지사,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병원장, 소방 등이 모인 '경기도 응급의료협의체'를 구성해 응급환자 이송·전원체계 등을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119 종합상황실과 도내 응급의료기관은 핫라인을 연결해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도는 응급의료협의체를 통해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제한 사항을 파악하고 응급의료 기관 간 협의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