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수원 전세사기' 전말
"명의만 빌려주면 차량 제공" 제안
총책역 A씨 '무자본 갭투자' 신축
건물 근저당, 또 대출… 18억 편취
공실 '허위 계약' 전세대출 유용도
피고인 1명, 출금신청 안돼 해외로
1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일당이 피해 추정액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전세사기의 총책이라는 의혹(4월8일자 7면 보도=[단독] 경기남부 또 '수백억 전세사기'… 알고보니 모두 한패)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명의만을 빌린 소위 '바지 임대인'을 세우거나, 사업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허위 임차인'까지 두었던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8일 A씨 등에 징역형이 선고된 1심 판결문을 보면, 이들의 범행은 총책격인 부동산업자 A씨와 B씨가 2020년 4월 수원시 권선구 일대 빌라를 신축해 임대사업을 벌이자고 공모하며 추진되기 시작했다. A씨와 B씨는 이미 수원지역에서 최소 3채 이상의 건물 신축 및 임대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A씨는 당시 B씨가 이미 막대한 대출금을 실행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자 그에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종업원 C씨에게 "네 명의로 빌라를 신축·임대할 수 있게 해주면 차량을 제공하겠다"며 꾀었고, C씨는 승낙했다.
이후 A씨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C씨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 신축사업을 직접 기획해 주도한다. 일당은 C씨 명의로 PF 대출을 실행해 14억7천여만원을 지급받아 신축사업에 돌입하고, 2020년 11월 완공될 무렵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다른 금융기관에서 14억3천500여만원을 대출받아 사업자금 대부분을 갚았다.
완공 직후부터 A씨는 C씨의 위임장 등을 받고 임대인 대리인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까지 1년1개월여 동안 모두 14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18억3천900만원의 보증금을 편취했다.
A씨는 사업과정에서 공실이 발생하자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허위 전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씨는 2021년 3월 공인중개사 D씨와 허위 임차인 담당 E씨를 동원해 해당 건물 공실의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E씨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전세금 대출 1억8천만원을 건네받아 사업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범행으로 지난해 이들 5명에 고소장이 접수됐지만, B씨를 제외한 4명만 재판을 받게 돼 각각 징역 1~7년형이 선고됐다. B씨는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 신분 상태에서 출국금지 신청이 되지 않아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에 제외됐다. 경찰은 B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9개월째 추적하고 있지만 행적은 요원한 상태다.
경찰은 A씨가 C씨처럼 거느리고 있는 바지 임대인이 최소 5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어 추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까지 A씨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접수된 고소장은 70건 이상인 데다, 일당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접수된 고소장도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도주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 중지'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검거될 경우 즉각 수사 재개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