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책임공탁제 도입·정보공개
부실 수행 해결 위해 필요 주장
거짓일땐 사업자가 책임 "대안"


전국 환경단체들이 4·10 총선으로 꾸려질 제22대 국회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영향평가는 특정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지면 사업자에게 환경 파괴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천 등 전국 108개 환경단체가 지난 2월 출범한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원내에 의석을 둔 8개 정당에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정책협약을 제안했다.

전국연대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업체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국가책임공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도록 정해 사업자가 용역을 맡긴 대행업체가 자연생태환경을 조사하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이 때문에 대행업체가 사업자에게 유리하거나 부실하게 평가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국연대는 이런 사례 중 하나로 2020년 실시된 인천 남동구 남촌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꼽았다. 환경영향평가서엔 이 일대에서 양서·파충류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멸종 위기종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인천 한 시민단체는 대행업체가 동식물 현황 조사를 이틀만 진행한 데다 동면을 취하는 양서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면기인 4월에 조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연대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정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서는 대행업체가 작성한 초안을 공람 시기(14일 이상)에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한 본안과 환경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친 내용은 열람할 수 없다.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군사·국가 주요 시설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초안조차 볼 수 없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어떤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평가가 다 끝난 후 환경영향평가 방식과 내용 등에 문제를 제기해도 이미 평가가 끝난 후라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연대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짓·부실하게 한 경우엔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거짓·부실하게 작성한 것이 드러나는 경우엔 평가서를 작성하거나 동식물 등 자연환경 조사를 한 대행업체가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등을 받았다.

8일 전국연대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협약 체결에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조국혁신당이 응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는 같은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