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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중국산 건 고추를 혼합한 고춧가루를 제조해 판매하면서 원산지표시를 100%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당국에 적발된 A사의 전경./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평택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업체가 고춧가루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다 최근 당국에 적발됐다. 이런 사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과 관련한 정기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업체는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해 왔는데, 해당 기업들이 조리한 음식이 학교 급식에까지 사용돼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제의 고춧가루 제조회사는 지난 2014년 설립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까지 획득했다. 업체는 고춧가루를 공급한 거래처만 수십 곳에 달하고 김치 등의 식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까지 납품했다. 이들 가운데 해당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들은 학교 급식에 김치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관할당국에서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의 급식센터에서는 김치 제조업체 4곳과 계약을 맺고 관내 100여개 학교 급식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학교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대부분이 학교와 업체 간 계약이 이뤄져 교육 당국은 물론, 일선 지자체에서도 공급업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내산인 줄로만 알고 공급받아온 업체들뿐만 아니라 국내산 김치로 알고 먹은 아이들도 피해자가 됐다. 유통 시스템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의 업체가 장기간 중국산 고춧가루를 유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산과 국산을 섞어 판매하는 수법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산 고춧가루의 안전성 검토는 차치하더라도 유통 이익 실현에 매몰돼 최종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을 착취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국내산과 중국산의 가격차이가 커 부당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치공장에서 고춧가루를 납품받는 가격을 보면 ㎏당 중국산은 8천~8천500원, 국내산은 1만8천~1만8천500원이다.

관련법상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업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원산지 이력 표시를 위반한 업체는 품관원 홈페이지에 업체명과 함께 위반 내용이 공표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원산지 거짓 표시 범죄의 악영향은 국민 건강과 경제에 걸쳐 광범위하고 최종적인 피해는 국민 전체에 미친다. 불법 유통업자들에 대한 과징금과 과태료 수준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체계적인 유통망 관리·감독 강화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