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4.5일제'… 포괄임금 금지도
정의당은 '최저소득 보장법' 제시
'노란봉투법' 여·야 찬반 엇갈려
온갖 정쟁속 중요도 밀려 아쉬움
이번 총선에서 노동분야 공약은 크게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개선 ▲노동조합 권한 등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근로자들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공약은 여당과 그 외 야당의 입장이 크게 갈린다. 먼저 국민의힘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 4일제'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다 답보상태에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다. 다만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유급 공휴일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을 지원하여 점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근로기준법에 포괄임금제(일정액의 추가근무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하여 계약하는 제도) 금지를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도입, 하루 노동시간 상한제, 11시간 연속 휴게제도, 심야노동 제한 등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풍부한 공약을 내놨다.
일자리 개선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명시를 약속했다. 또 정규직 채용 원칙을 세우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고용형태를 건드리기보다 허위 채용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위 채용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구직자에 대한 채용 갑질을 방지하겠다고 했고, 인턴 고용시 무분별한 기간연장 금지 공약도 내놨다. 녹색정의당은 공공기관부터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동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전향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노동조합 권한에 관한 공약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반으로 갈린다. 노란봉투법이란 파업한 노동조합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후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보낸 뒤,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 등은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며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헌법·민법 위배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선거 막바지 알아본 각 정당의 노동 공약은 위와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당들이 발표한 공약 중 노동 공약은 중요도 면에서 뒷순위이고, 그마저도 공약 자체가 총선 이슈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권심판론, 계파와 잇속에 따른 탈당과 창당 이합집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피하려는 꼼수인 비례위성정당의 난립 등 온갖 정쟁의 소용돌이에 밀려, 선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정책과 공약은 상자 속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나는 노무사이자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나의 삶에 가장 가까운 노동공약이 가치관에 가장 부합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투표하고자 한다.
곧 이번 총선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어떤 당이 국회 의석의 몇 표를 얻게 되든,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대신 위임한 권력을 활용하여 선거 때 약속했던 것을 지키고, 발전적으로 수정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나갈지를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시민들이 어떤 정치인을 심판할지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약에 따른 투표를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표를 던진 당의 공약을 기억하는 '선거 이후'가 되기를 바란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