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 마친뒤 경복궁 산책
강녕전 지나 경회루에 멈춘 발길
사신 접대하던 공간 '궁궐내 백미'
1m 기울어진 바닥 덕에 배수 탁월
8개월간 완공시킨 주인공 '박자청'
서수는 광화문 월대 양 끝에 있다. 광화문 월대에 서 있으니 광화문도 우리도 격이 한층 올라가는 듯하다. 광화문 현판 아래 홍예문으로 들어가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경복궁 광장에서 흥례문 사이 근정전 뒤 백악산이 보인다. 금천교 앞 명당수도 오늘따라 맑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꽃이 만발한 궁궐에 누가 살았을까. 반쯤 핀 모란 같은 산이 경복궁을 감싼 듯하다.
근정전 뒤 백악산이 꽃 천지다. 근정전 왼쪽 세 봉우리 사이 바위가 다가서는 듯 인왕산도 별천지다. 인왕산과 백악산을 보며 한걸음 오르니 경복궁 근정전 월대다. 경복궁 설계자는 정도전이다. 그렇다면 경회루 건축가는 누구일까? 그 비밀을 찾아 궁 안 구석구석 걷는다. 경복궁 궁담길에 봄을 알리는 건춘문과 가을을 알리는 영추문 사이 광화문이 있다. 근정전 향하는 길은 겹겹이 문이다. 광화문 지나 흥례문에서 근정전 거쳐 사정전 가는 길에 문이 또 있다.
왕의 침전 강녕전 지나 경회루에 머문다. 경회루 물은 어디서 올까. 경복궁 물길의 열쇠가 이곳에 있다. 수많은 장마와 홍수에도 경복궁은 잠기지 않았다. 배수시설은 누가 만들었을까? 경복궁의 상징이자 건축의 백미가 경회루다. 600여 년 전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이며 정궁이듯, 경회루에서 왕과 신하가 경사로운 날이면 다 모였다.
사신을 접대하고, 백성을 위한 기우제도 지냈던 공간이다. 대한민국 현존하는 가장 큰 전통 목조건물이 경회루다.
천원지방을 살려 전체 기둥 48개 중 바깥기둥 24개는 사각으로, 안쪽기둥 24개는 동그랗게 만들었다. 또한 경회루지는 동서로 128m와 남북으로 113m 꽤 길다. 백악산에서 흘러오는 물이 경회루지를 돌고, 기울기가 있는 바닥에 용출수가 끊임없이 솟구치고 있다. 경회루지는 고요하지만 물은 계속 흐른다.
경회루는 2층 누각으로 국가의 큰 행사를 하였다. 경회루 물은 고여있는 듯, 흐름이 없는 듯 보이지만 썩지 않았다. 그 비밀은 경회루지 아래 박석에 있었다. 바닥은 기울기가 1m로 되어있다. 용천이 솟구쳐 윗물을 밀어내고, 금천교 지나 청계천에 물이 모였다. 차고 맑은 물이 샘솟아 계속 순환시켰다. 경회루지는 과학의 힘이다. 경복궁 모든 곳이 과학이고, 궁·궐 곳곳에 철학이 있다. 경회루는 과학기술이 숨어 있는 대표적 건물이다.
도성 안 최고 설계자가 정도전이었다면, 최고 건축가는 박자청(朴子靑)이다. 8개월만에 경회루를 완공한 감독으로 박자청은 공조판서가 되었다. 또한 조선 최초의 왕릉인 건원릉을 만든 사람이다. 버드나무꽃이 지기 전 경회루 비밀을 찾아 함께 걸어 보실까요.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