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국회 출입기자로 발령받아 3년째 보고 있는 국회는 생산성이 극히 낮았다. 원래 민주주의란 각 개인을 주체로 세우고 그 여러 주체가 중지를 모아가는 과정이라 생산성을 속도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갑론을박,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은 '우리 전체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져 안정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데서 생산성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21대 국회는 논박도 투표도 있었지만, '우리 전체의 의견'은 없었다. 결국 당파싸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항상 안타까웠다. 저렇게 많은 전문가가, 저렇게 많은 인력이 워라밸을 포기하고 이름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300명의 길잡이가 되기 위해 인생을 투자하는데, 그 결과물이 고작 당파싸움인가. 300명은 그들이 저당잡은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 걸까.
이번 선거에 뛴 693명의 지역구 후보와 247명의 비례대표 후보는 그들 뒤에서 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선거 지원 인력의 수고를 충분하고 따뜻하게 위로하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국회에 이르러서도 보좌직원 9명을 비롯한 입법지원인력 1만여 명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길 바란다. 그보다 더 멀리에서 '여의섬' 국회를 바라보며 속 끓이는 5천만의 시간과 에너지를 잊지 않길 바란다.
300명이 임기 4년동안 쓰는 1천51만2천시간은 같은 기간 5천만 국민이 쓰는 1조7천52만시간의 가치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왕관을 쓰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라고 했던가. 1조7천52만시간, 5천만의 간절함이 당신들 머리에 올려진 왕관의 무게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