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교육여건 더 좋아져
새로운 생존의 길 '평생교육'
정부·지자체·대학, 더 확대해야
일상 파고들고 많은 사람 갈망
'만학' 용어 사라질 날 머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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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광 서정대학교 휴먼케어서비스과 교수
올해 초 92세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국내에서 화제가 된 한 여성에 관한 보도를 보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사학위 취득에 그치지 않고 책까지 펴내 독자들과 만나는 행사까지 여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고령화 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고령자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산업화의 물결이 일던 1961년 대학을 졸업해 그로부터 무려 63년만에 이뤄낸 기적과 같은 성공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에 이제 만학을 위한 교육 여건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40·50대 중년이 대학에 재입학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과거 한때 만학은 여러 사정으로 배움의 때를 놓쳐 늦은 나이에 배움을 이어가는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만학도는 흔치 않았으며, 만학도로 불리는 것을 다소 창피하게 여기거나 이를 희화화하던 일도 더러 있었다.

이는 평생교육이 활성화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사정이 변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수인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의 대학을 돌아보면 40·50대 중년은 말할 것도 없고 60·70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강좌가 넘쳐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학 캠퍼스가 만인을 위한 배움터가 된 셈이다. 대학을 가리켜 '상아탑'이라 부르며 추켜세우던 시절은 지났다.

이런 변화는 국가나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이란 건 말할 나위 없다. 국가나 지자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만학을 장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중년이나 노령자가 평생교육을 통해 새 일자리를 얻는다면 인구감소 시대 이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생산인구로 남을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사이클은 당연시될지 모른다.

대학은 지금 이를 대비해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인구절벽에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들도 앞다퉈 평생교육에 뛰어들고 있는 건 이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돼버렸다. 재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지역 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당연한 투자로 빋아들인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감소 중인 우리나라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고 평생교육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평생교육 환경을 선진화해야 한다. 앞으로 90대 박사학위 취득자가 더 나올 수 있게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는 이를 담당하는 평생교육진흥원이 있고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기관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기관의 우수한 인력과 자원이 지금보다 월등히 확대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 보더라도 한 개인의 생애가 평균 80세에서 100세로 늘어나면 최소한 20%의 추가적인 재정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재정적 투자의 확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의미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복지를 증진하고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임은 이제 분명하다. 이게 평생교육, 즉 만학의 위력이자 효과이다.

정부·지자체와 더불어 대학도 지금보다 조금 더 분발해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평생교육을 확대해야 할 과제를 떠안고 있다. 캠퍼스의 문을 활짝 열어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공공재가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대학 내 평생교육기구의 위상도 지금보다 더 격상돼야 할 것이다.

평생교육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이가 갈망하고 있어 만학이라는 말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기은광 서정대학교 휴먼케어서비스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