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남영희와 '리턴매치' 勝


지역내 대단지아파트 입주로
민주당 지지율 높아져 '고전'
비주류 '수도권 위기론' 주장
당 쇄신·참패 수습역 떠올라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전국 최소 '171표' 차로 당선됐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4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를 다시 근소한 표 차이로 이겼다. 윤상현 당선인이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국민의힘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5선 달성을 계기로 당내에서 중요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제22대 총선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선거구에서 50.44%(5만8천730표)를 얻었다. 윤 당선인과 경쟁한 남 후보는 득표율 49.55%(5만7천705표)를 기록해 0.89%p 차이로 패했다. 두 후보 득표 차이는 1천25표다.

윤 당선인은 4년 전 무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서 남 후보와 맞붙어 171표 차로 승리했다. 당시 윤 당선인 득표율은 40.59%로, 남 후보(40.44%)와 격차는 0.15%p에 불과했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윤 당선인이 남 후보를 상대로 가까스로 승리하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직전 총선과 달리 두 후보가 일대일로 맞붙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는 두 후보 외에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해 보수 진영 표가 분산됐다.

인천 정치권에서는 지난 4년간 남 후보가 지역구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것에 더해 지역 내 새로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민주당 지지율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구 내에 1만 가구 이상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어 다음 총선에서는 윤 당선인의 텃밭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리 5선에 성공한 윤 당선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인천 14개 의석 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인 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당선인과 윤 당선인 2명만 자리를 지킨 가운데, 당내 중진으로서 윤 당선인의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그간 인천에서 5선 이상을 지낸 국회의원은 김은하(6선), 곽상훈(5선), 황우여(5선), 송영길(5선) 등 4명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탈당 후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부평구을에 출마한 홍영표 후보는 5선에 실패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윤 당선인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해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과 정부의 미흡함을 스스로 사과하면서 연일 '읍소 모드'로 유권자에게 다가갔고, 선거 유세에서도 붉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주로 입고 활동했다.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7일에는 막판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 시 중앙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 쇄신에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정권 심판 성격의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 국민의힘 중진인 윤 당선인의 역할론이 떠오르는 이유다.

현재 비윤석열계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윤 당선인을 비롯해 4년 만에 5선으로 국회에 복귀한 나경원 당선인, 4선에 성공한 안철수 당선인 등이다. 윤 당선인과 안 당선인은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연대'를 맺어 친윤계인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맞서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총선을 이기는 게 진정한 정권 교체라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거듭 제기했지만 위기의 본질을 파악·대처하지 못해 수도권 민심을 잃는 결과가 나왔다"며 "제가 수도권 선거 선대본부장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외연 확장이 필요하고, 결국 '수도권 연대'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며 "제가 선거에서 이긴 게 아니라 국민의힘 모든 후보가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것이라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