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인천 낙선자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지역 활동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승기를 잡은 당선인들 중에서는 ‘대권 잠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계양구을) 대표와 ‘수도권 5회 연속 당선’ 국민의힘 윤상현(동구미추홀구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차기 대권·당권주자로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천의 정치적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운동화 끈 조여 매는 낙선자들

4·10 총선 결과 인천 14개 선거구 중 민주당은 12곳에서 승리했다. ‘보수 텃밭’인 중구강화옹진군을 비롯해 2개 선거구는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민주당에서는 2명, 국민의힘에서는 12명의 낙오자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인천 중구 구도심 일대 골목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3.23 / 경인일보DB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인천 중구 구도심 일대 골목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3.23 / 경인일보DB

민주당 조택상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는 지난 11일 선거 운동을 펼쳤던 강화군 곳곳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낙선 인사를 다녔다. 조택상 후보는 민주당 중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조택상 후보는 “선거 결과에는 미련 없다. 당이 준 소임을 완성하는 게 앞으로 남은 역할이다”며 “험지 중에 험지인 중구강화군옹진군은 새로운 인물이 와서 금방 주민들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지역에서 정당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을 방문 박찬대예비후보,남영희 예비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4.03.20 /경인일보DB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을 방문 박찬대예비후보,남영희 예비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4.03.20 /경인일보DB

민주당 남영희 후보도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 관리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21대 총선에서 171표 차로 윤상현 의원에 패한 남영희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도 접전 구도를 형성하면서 아쉬운 2패를 기록했다. 남영희 후보 측은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지만, 득표율 등을 따져봤을 때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평구을에서 내리 4선을 했던 홍영표 의원은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 의원은 내달 29일까지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고 지역 활동을 재개한다.

홍영표 의원이 3월 13일 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평구을 출마선언을 한 모습. 2014.03.13/경인일보DB
홍영표 의원이 3월 13일 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평구을 출마선언을 한 모습. 2014.03.13/경인일보DB

홍영표 의원 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정치 활동 계획에 대해 “지금껏 그래왔듯이 부평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활동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에 나섰던 후보들도 지역구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당연직으로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아 각자 출마했던 지역구를 이끌겠다는 게 대부분 후보들 얘기다. 기존에 당협위원장을 하다가 출마한 심재돈(동구미추홀구갑)·정승연(연수구갑) 후보 외 나머지 10명의 낙선자들은 현재의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첫 당협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을 방문해 인천 남동구갑 손범규 후보, 인천 남동구을 신재경 후보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2024.3.27 / 경인일보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을 방문해 인천 남동구갑 손범규 후보, 인천 남동구을 신재경 후보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2024.3.27 / 경인일보DB

손범규 남동구갑 후보는 11일 선거 캠프 해단식을 연 다음날인 12일부터 지역 행사에 참여해 아침 인사를 하며 곧바로 활동에 들어갔다. 손범규 후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의 당선을 도우며 인천에 자리잡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손범규 후보는 “선거에 졌지만 쉴 생각은 없다. 4년 후를 위해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지역에서 봉사하면서 국민의힘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행숙 후보가 4·11 총선 기간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이행숙 캠프 제공
국민의힘 이행숙 후보가 4·11 총선 기간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 이행숙 캠프 제공

이행숙 서구병 후보도 4년 후를 기약하며 지역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과거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이 후보는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이번 총선에서 신설된 서구병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 후보는 “주민들께 낙선 인사를 하고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선거를 함께한 시의원, 구의원 등이 앞으로 계속 지역을 위해 일하도록 도와주는 게 내 일이다. 지역에서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만 모든 낙선자가 지역에서 계속 자리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당협위원장은 2026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시·구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향후 국회의원 출마를 대비한 자신의 ‘조직’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선거 전 당무감사 등으로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지역구 관리에 노력을 쏟으며 당협위원장을 유지해도 4년 뒤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중 상당수가 낙하산 인사에 밀려 ‘컷오프’(공천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낙선 후보자 개인마다 현실적 상황 여건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일부 후보는 인천에서 정당·정치 활동 없이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했는데 4년 동안 자리를 지킬 각오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원외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돈을 써가며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는 자리다. 생계를 위한 벌이 수단 등 금전적 여유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에서 활동을 계속하며 4년 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각오와 이를 뒷받침하는 헌신이 없으면 힘들다. 이번 총선에서 낙하산으로 꼽혔던 낙선 후보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천 의원들

이번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후보들 중에서는 지역과 중앙당 안팎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천 연수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가 10일 인천시 연수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 꽃다발을 받고 지지자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04.10 /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연수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가 10일 인천시 연수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 꽃다발을 받고 지지자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04.10 /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압승을 발판 삼아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굳히는 데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3선에 성공한 친명계 박찬대 의원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박찬대 의원은 오는 8월 선출하는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재출마를 배제할 수 없지만, 박찬대 의원이 당 지도부로서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찬대 의원 측 관계자는 당대표 도전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모든 방향이 열려있다”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을 이끄는 위원장 자리에는 맹성규(남동구갑·3선) 의원을 포함해 재선 이상 의원들이 유력하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교흥 의원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김교흥(서구갑·3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도전을 위해 지역 민심을 닦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에서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왼쪽)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4.02/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에서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왼쪽)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4.02/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당내 중책을 맡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로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수도권 험지에서 살아남은 의원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배준영 중구강화군옹진군 의원도 재선에 성공한 만큼, 당내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친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상현 의원은 보수 색채가 짙지 않은 중도에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도층 외연 확장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