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격랑 예고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이 한동훈 지도부 해체에 따른 향후 진로를 놓고 격랑이 예상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11일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생환한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든 질책과 비난까지도 다 제 몫"이라며 당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은 12일 서울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 모습. 2024.4.12 /연합뉴스

 

지난 2월 초 경기도 구리시와 김포시를 잇달아 방문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지역의 서울 편입과 경기도 분도 추진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메가시티 서울' 추진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라는 상호배타적 현안들을 한꺼번에 끌어안는 발언으로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김포를 방문해서 남긴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시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2주 뒤 의정부를 방문해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즉시 서울편입·경기분도 원샷법을 발의하겠다며 입법 일정까지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누가 봐도 뜬금포"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현혹하지 말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음에도 한번 달뜬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 공약은 이제 땅으로 떨어져 버린 목련 꽃잎 같은 신세가 됐다. 한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서울 편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의 고배를 들이키면서 추진세력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김포시갑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박진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후보에게 8.5%p, 김포시을 선거구에서 홍철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후보에게 11.05%p라는 큰 표 차로 모두 패배함으로써 가장 요란했던 김포지역의 서울편입론부터 힘을 잃었다. 과천, 광명, 구리, 하남 등 서울 편입 바람이 불었던 다른 지역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전멸함으로써 서울 편입 얘기는 당분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게 됐다. 아마 내후년 지방선거에서나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도 사정이 복잡해졌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핵심정책인 이 현안을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다시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경기북부의 거점인 의정부에서 시기상조론을 꺼내들었다. 재정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비록 투표 전의 발언이기는 했으나 총선 승리로 다시 당권을 거머쥘 확률이 높은 당 대표의 발언은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차기 대선 과정에서 김 지사와 경쟁자로 맞닥뜨릴 수도 있는 관계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 분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져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