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역사 집약체' 개관 10주년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수원 소재 본사에 2014년 4월 개관
에디슨 전구 등 제품 15만점 보유
어린이·청소년교육프로그램 특별
23개국 국빈·관람객 50만명 찾아

입구에 들어서면 SIM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모두 5개 층으로 구성된 1만여㎡의 널찍한 공간은 전기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어둠 속 벽이 열려 마침내 전시공간이 나타나면 누구라도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전구나 전신 등 세상을 바꿔놓은 기술을 개발한 발명가들의 위대함을 영상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에디슨이 만든 전구나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기, 모토로라가 선보인 최초의 휴대전화 등 교과서로만 접할 수 있을 진귀한 역사적 사료들도 볼 수 있다.
기술은 진화를 거듭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점과 선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던 전신을 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는 전화가 개발되더니, 크기가 점점 작아져 휴대할 수 있는 형태로까지 뻗어 나갔다. 이른바 '벽돌폰'에서 손바닥보다도 작은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변천사를 통해 기술의 혁신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변화는 비단 전화에 그치지 않는다. TV나 세탁기 등 일상을 둘러싼 전자제품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게 없다. 크기가 작아지거나 더 선명해지거나 작업속도가 보다 빠르고 정교해진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예전에 사용하던 제품들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이윽고 다음 공간에선 기술 혁신의 정점에 선 각종 최신 전자제품들과 서비스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한때 전화는 단지 멀리 떨어진 타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스마트폰은 사진 촬영이며 대금 결제, 물건 구매 등 일상의 모든 일에 수반되는 필수품으로 자리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 TV나 세탁기 등 전자 제품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살피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장 마지막 공간은 삼성전자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이다. 청과류 등을 팔던 작은 가게가 어떻게 한국을 넘어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는지 역사가 상세하게 소개돼있다. '응답하라 1988' 등의 드라마에 나올법한 예전 가전제품들도 고스란히 전시돼있다. 소비자들이 기증한 옛 가전들도 모여있다. 모두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만든, 의미있는 제품들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집약해놓은 SIM,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이 개관한 지 이달로 10주년을 맞는다. 수원 소재 삼성전자 본사에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은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인류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온 전자산업과 그 발전 과정에 기여한 발명가, 기업들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 취지에 걸맞게 단순한 기업 소개 공간을 넘어, 전자산업박물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게 특징이다.
1746년 반 뮈스헨브루크와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가 발명한 라이덴병 축전기나 1911년 미국 메이태그일레트릭이 생산한 전기모터 세탁기, 최초로 대량 생산이 이뤄진 TV인 RCA의 TV 등 가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제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간 수집한 제품과 사료만 15만점에 이를 정도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쉽게 전자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점도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의 특별함이다.
초등학생이 직접 교구를 만들어보며 생활 속 반도체의 종류와 원리를 이해하는 '어린이 연구소', 적외선 로봇과 리모컨을 직접 만들어보는 '패밀리 스마트 교실', 전시된 제품의 모형 키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온라인 전자산업사 박물관' 등이 있다.
이에 2015년과 2017년, 2020년엔 교육부 주관 '교육기부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교육 기부 우수 참여 기관'에 선정됐다.

이런 점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엔 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도 뜨거워, 180여개국에서 이곳을 찾았다. 국빈들도 다수 방문했는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니케니케 부로바라부 바누아투 대통령,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 등 23개국 국빈들이 왔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방문객들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매우 유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최근 아이와 함께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찾았다는 한 관람객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전시였다. 제품들의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특히 인상 깊고 감회가 새로웠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공간이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