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4424개사 가입… 1805억 대출
주류·담배 도매업 등 자격 완화도


화성시에서 지붕 판금 공사·건축 자재 도매 업체를 운영하는 A사 대표는 종종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골치를 앓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공제기금에 가입한 덕분에 자금 유동성 위기에 놓일 때마다 이를 해소하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어서다.

평택시 소재 절삭기계 제조·금형 제작 회사인 B사도 공제기금을 활발히 활용하는 곳 중 한 곳이다. 특히 상업어음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게 유동성 확보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B사 대표는 "위기 때마다 대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치 보험처럼 든든하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활발히 이용하는 공제기금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것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필요할 때 납입한 금액의 일정 배수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금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1984년 도입돼, 올해 도입 40년을 맞았다.

현재 1만6천888개 업체가 가입돼있고,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조성액만 6천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여러 기업인들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12조원 이상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해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을 넘기는데 도움을 줬다는 게 중소기업중앙회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 등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제기금에 대한 수요도 최근 몇년 새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엔 5천698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지만 지난해엔 6천470억원으로 772억원이 증가했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여서 1~2월에만 1천719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4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4천424개 업체가 가입돼, 전체 가입 기업의 4분의 1 이상이 경기도 기업이다. 공제기금을 통한 대출액도 2022년 1천536억원에서 지난해 1천805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증가 추세다. 올 1~2월에도 621억원이 대출돼, 전년 동기 대비 105억원이 늘었다.

공제부금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공제부금을 매달 최소 1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되는데, 현재는 2회 이상 납부해야만 대출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대출은 담보나 보증 없이 신용 대출로 진행된다. 한도는 납부한 금액의 잔액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상업어음이 부도처리된 경우, 금융권에서 어음이나 수표의 현금화가 힘든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대출이 가능하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제기금 수요가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기존엔 가입이 제한됐던 주류도매업, 담배도매업, 기타주점업, 욕탕업도 가입을 허용하는 등 최근 대출 자격을 전보다 완화했다.

유지흥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과 경영 지원을 위해 공제기금 대출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