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깊은 위로에 희망은 수면 위로


재난 기억·예술의 할 일·공동체 바람 등
3가지 초점두고 유가족 달램·희생자 추모
윤동천·김지영 작가 등 참여 7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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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作 '파랑 연작'.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 경기도미술관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추모하는 장소가 됐다. 미술관 옆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세워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그리워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런 경기도미술관에서 의미 깊은 전시가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다.

'우리가, 바다'의 전시는 세 가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재난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 반복되는 재난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위로, 공동체로서 할 수 있는 바람. 회화와 조각·퍼포먼스·사운드·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동시에 각기 다른 세대의 작가들이 전하는 각자의 주제들은 예술로서 아픔을 기억하고 어루만지며 하나의 '바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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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작가의 ‘노란방’/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관람객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1층에는 윤동천 작가의 '노란방'이 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공간 안에 노란 리본 조형물이 있고, 뒤편에서는 말방울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말방울 소리로 위험을 알리고, 멀리 있는 말을 찾는 것처럼 이 방에서는 잊혀진 또는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차분히 떠올려 볼 수 있다.

2층 전시장 첫 작품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는 진도 팽목항에 부는 바람의 속도를 BPM으로 변환한 김지영 작가의 작품 '바람'이다.

진동은 팽목항의 바람을 소리로 와닿게 하는데, 이를 느끼며 보는 작품 '파랑 연작'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와 같이 과거에 발생한 서로 다른 재난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성적인 색이라고 하는 파란색을 입힌 작품들은 재난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입각해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홍순명 작가의 작품에서도 팽목항의 현장을 떠올릴 수 있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방문한 팽목항 해변에서 주워온 플라스틱과 어구 등을 묶어 형태를 만들고 이를 랩으로 감싸 천을 덮었다. 천에는 당시 참사와 관련한 풍경의 일부가 그려져 있다. 작품의 형태는 추상적이지만, 현장에 있던 사물로 이를 기억하는 또 다른 조각을 만들어낸다.

이정배 작가의 '얼룩'은 세월호 참사 당시 작가의 작업실에서 매일 향을 피우고, 그 재를 모아 물감을 만든 후 평면에 그려낸 작품이다. 이번 10주기에는 위로와 기원을 담은 1만개의 향을 피워 그 재로 새롭게 작업을 했다. 흐릿한 배경 속 번진 눈물 자국처럼 보여지는 작품에서 수없이 많은 향을 피우며 떠올렸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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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길 作 '잊을 수 없는 별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세월호 선체와 진도 팽목항에서 흙을 채집한 전원길 작가는 원형 테이블에 그 흙을 넣고 콘크리트로 덮은 후 구멍을 뚫었다.

작품 '잊을 수 없는 별들'은 단단한 콘크리트에 난 작은 구멍 사이로 어느새 하나의 생명으로 자라나는 싹을 볼 수 있다. 굳이 뿌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옮겨 다니다 흙 속에 웅크리고 있던 씨앗은 기다림 끝에 만나진다. 작품은 자연의 생명력으로 긴 기다림을 보냈을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별 속에서 반짝이는 녹색으로 희생자들을 기억한다.

이 밖에도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작가의 몸짓으로 구성한 송주원 작가의 '내 이름을 불러줘', 애도의 마음으로 찾은 단원고, 화랑유원지, 목포신항 등을 사진으로 담아낸 황예지 작가의 '안개가 걷히면', 관람객들이 그림을 함께 완성해 나가며 수평선이 담긴 바다의 윤슬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안규철 작가의 '내 마음의 수평선' 등 모두 17인(팀)의 작품 44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참사 이전과 이후의 각기 다른 시간성, 참사와 간접적으로 연관되거나 개인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그 맥락이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관통하고 연결되며 꿰어진다. 찬찬히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마음으로 느끼고, 담아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월 14일까지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