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76명 중 적용대상 35건인데… 고용청 "인과 입증 어려워"


인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수십 건의 산업재해 중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고작 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총 7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35건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것은 2건뿐이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의 업무상과실치사나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안전조치 미흡의 고의성,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그러다 보니 검찰에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등을 수시로 지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으로 확대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진 인천에서 6명이 사망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만큼 노동당국의 수사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장되면서 관련 사건 수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법에서는 형사18단독 윤정 판사 심리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분 제조업체 전 대표이사 A(63)씨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는 인천에서 검찰이 원청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한 두 번째 사건이다.

A씨 법률대리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법리적으로나 사실관계로나 모두 잘못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재해자가 수행한 작업은 일상적인 작업 중 하나로, 위험 요소가 있는데도 피고인(A씨)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피고인은 (아예) 이런 작업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장 관리 협력업체 전 대표이사 B(42)씨도 같은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등은 2022년 4월25일 오전 8시24분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한 전분 제조업체 공장에서 옥수수 저장 작업 중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하도급 업체 노동자 C(당시 57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당시 불순물로 막혀 있던 옥수수 투입구를 뚫는 작업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뚫린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 옥수수 더미에 매몰됐다. 원청과 하도급 업체는 당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상태로 C씨에게 작업을 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의 상시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점을 고려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수사를 벌였고, 검찰은 지난해 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인천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기소된 한 건설사 대표는 지난해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