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지 10년이 됐다. 이 참사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세월호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숨진 채 발견됐거나 실종됐다. 세월호 탑승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기를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 소망은 빗나갔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최악의 인재(人災)로 우리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세월호 선장·선원의 무책임과 해경의 소극적 구조는 국민의 분노를 샀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면 들뜬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반복됐다. 그 어린 학생들이 느꼈을 극도의 공포감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마음속에 간직한 노란 리본을 아직도 떼지 못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다짐과 약속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와 인천 등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단원고 앞 원고잔공원에선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선포식'이 열렸고, 13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인천 추모문화제'에도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이 모였다. 경기도는 이달 11~17일을 세월호 참사 추모 기간으로 정했으며, 인천시는 16일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추모관 앞에서 10주기 추모식을 연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는 안전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무려 1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세월호와 판박이다.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공사현장 화재·붕괴 등의 사고도 있었다.
우리가 행사를 열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되새기는 것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원고 인근 화랑유원지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안전한 사회는 기억과 추모로만 만들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과 함께 지난 10년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