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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인일보DB
 

최근 18억원대 수원 전세사기 일당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지만, 총책 이모씨는 해외로 도피해 재판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최초 신고 때부터 이씨를 총책이자 주범으로 지목했음에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다. 당시 임차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았다. '사회의 시한폭탄'이 된 전세사기에 분통 터지는 대처다.

경찰과 피해 임차인 등에 따르면 이들 일당에 대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 2022년 9월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 임차인 A씨는 임대인이 1억6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목적으로 잠적했다며 수원남부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보증금 만기 시점이 아니니, 만기 도래 후 피해가 현실화되면 고소를 접수하라는 취지로 안내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결국 보증금을 못 받은 A씨 등 임차인들은 최초 신고 3개월 뒤인 12월에서야 이씨·강모씨·김모씨를 사기 혐의로 정식 고소할 수 있었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 추가 피해 접수된 70억여원대 고소에 대해서도 훨씬 전에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씨가 소유한 수원시 권선구 다른 다세대주택 2채의 정보와 근저당 규모 등을 특정하면서 이씨의 추가 범죄 혐의를 알린 것이다. 실제로 이씨가 해외 도피 직후 이들 다세대주택 임차인들은 70억원대 사기 피해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해외 도피 11개월 전부터 이씨의 사기 범죄 전모를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예고된 범죄의 주모자를 파악하고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현재까지 이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니 기가 막히다. 경찰은 구속된 강씨와 김씨에 대해서도 한동안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 송치 직전에서야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와 이씨의 바지 임대인으로 밝혀진 피의자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별개의 사건인 정씨 일가 전세사기 추산 피해 규모도 925세대 1천223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1만3천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피해 복구는 더딘 상황이다. 전세사기는 범인과 범죄수익의 신속한 확보가 피해복구의 관건이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신고로 피해 예방에 애썼던 이유다. 그런데 경찰은 피해자들이 특정해준 범죄자마저 놓쳤다. 경찰 수사가 이런 식이면 전세사기 범죄 예방과 피해복구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