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실적 높여 몸집 불리려는 움직임

입찰가 2배 이상 올라… 과열경쟁 양상

“이러다 다 죽는다” 손해보면서 매입

“중재 필요” 주장 속 지자체 제재 난감

경기도 용인시의 한 폐기물 재활용·처리 업체. /경인일보DB
경기도 용인시의 한 폐기물 재활용·처리 업체. /경인일보DB

경기도 폐기물 처리 업체들에 대한 대기업·사모펀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자, 불똥이 영세한 지역 폐기물 처리 업체에 튀는 모양새다. 사모펀드 업계의 눈에 들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려는 움직임이 폐기물 물량 확보를 위한 업체간 경쟁으로 번진 것이다. ‘치킨 게임’ 양상으로까지 치닫자 업계에선 행정 영역에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블루오션 각광` 몸집 불리는 폐기물처리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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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지역 폐기물 처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 새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경기도 대형 폐기물 처리 업체들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이에 외형을 키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눈에 띄려는 업체들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선 폐기물 처리 실적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폐기물의 경우 개별 주택 단지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대체로 지자체 산하 자원순환센터가 일괄 수거한 후 종류별로 입찰을 통해 업체들에 매각하고 있다. 가장 최고가를 써낸 업체가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일부 업체는 이를 활용해 시장 평균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물량 확보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처리 실적을 높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배팅에 나선 것이다. 한 지자체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 이후 비슷한 입찰을 진행하는 지자체에서도 해당 가격을 새로운 기준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평균 가격보다 잇따라 입찰 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시장 평균 가격이 1㎏당 80~90원선인 미선별 플라스틱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 지자체가 입찰에 부친 결과 1㎏당 127원에 낙찰됐다. 한달 뒤 입찰을 진행한 다른 지자체에선 높게는 1㎏당 2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언제 멈출지 미지수인 가운데, 영세 업체들은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규모가 큰 업체든, 작은 업체든 폐기물 처리 물량을 확보해야만 사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보니 영세 업체들로선 손해를 볼 걸 알면서도 높은 값을 써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폐기물 처리 업체 관계자는 “평균 가격인 1㎏당 80원 정도에 폐기물을 사온다고 해도 운송비와 인건비가 높아져 점점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가격이 100원을 넘고, 하다 못해 200원 목전까지 오르면 오히려 손해다. 그렇다고 처리할 폐기물이 없으면 아예 사업장을 가동할 수 없으니 손해를 볼 걸 알면서도 사와야하는 입장”이라며 “몸집을 키우려는 업체들이야 자발적으로 손해를 감수한다고 해도, 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무슨 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세 업체들이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게 소규모 업체들의 목소리다. 지자체가 입찰가에 상한선을 두거나 추후 계약 금액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자체도 이런 상황이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자체가 유달리 다른 지자체보다 높게 낙찰가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추세”라며 “입찰 자체에 문제가 없는데 단지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이유로 제재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대기업에서도 폐기물 처리 시장에 관심을 보이다보니, 물량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면 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동력이 떨어지고, 장기화되면 폐기물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일마저 벌어질 수 있어 이런 상황이 반갑진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