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권후 잇단 참사 '대처 미흡' 국민 분노
사법기관 과잉정치화… 결국 정치실종 불러
韓 선거전략도 집권당 대안 대신 포퓰리즘
與, 정치회복 못하면 내부로부터 붕괴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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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과 범야권 192석, 국민의힘 108석으로 집권 여당 최악의 참패로 끝났다. 여당이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킨 참패는 역대 초유의 사건이다. 여당의 참패는 곧 민주당의 압승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대부분 국힘당의 참패를 말한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선거판을 흔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상론이다. 대파발언이 물가고와 경제정책 실패를 환기하는 도화선이 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해프닝에 불과했다.

여당의 참패는 예고된 결과였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 수석의 식칼 테러 위협 등의 사건도 하나의 이슈였을 뿐 본질적이라 할 수 없다. 물밑 여론을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낮은 지지율, 불경기, 그리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있었다. 그렇다고 공천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도 내지도 못했으니 이길 수 없는 선거였음이 분명하다. 집권 이후 연이어 발생한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해병대 1사단 채상병 사망사고 등을 생각해보라. 국민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태였다.

더 근본적인 것은 정치의 실종이다. 정치는 사법화하고 사법기관이 과잉 정치화하는 반정치 현상이다. 야당지도자나 비판세력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정치를 대신했다. 항간에는 '검찰 캐비닛'이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감사원과 같은 사정기관도 정치로 오염되고 있어 국가기구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범죄혐의자를 찾아 기소하고 피의자가 유죄임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역할로 살아온 특수부 검사로서 의회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한 탓일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여당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치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거 전략도 반정치적이었다. 국정난맥의 원인을 성찰하고 집권당으로서의 대안을 내세우는 대신, 야당 대표와 경쟁자들의 범죄 혐의를 지적하는 야당심판론으로 일관한 '검사 스타일'이었다. 여의도 문법과 여의도 낡은 정치 청산 슬로건을 제시했지만 연설내용은 반향 없는 한동훈식 사투리였다. 선거 후반 4월10일을 '여의도 정치 끝내는 날'이라고 선언했는데 역시 정치혐오 정서에 편승한 반정치적 포퓰리즘이었다.

여당의 총선 참패는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리더십, 인사와 정책 등 국정기조 전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은 통치자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다. 정파나 이념을 넘어선 국정 운영자로서 타협과 조정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정 기조의 쇄신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총선결과와 관련해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정쇄신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에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머리를 숙이고 여당도 혁신위를 띄우고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바뀐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기조 쇄신은 옵션이 아니다. 지난 2년 윤석열 정권은 반정치적 검찰정치(prosecutocracy)는 국민의 심판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남은 길은 정치를 회복하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금석은 총리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야당이 제출할 '채상병 특검안'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정국을 타개할 해법을 조언하고 야당과 타협하여 정국을 헤쳐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아마 정권은 다른 실패한 정권이 그랬듯이 내부로부터 붕괴되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