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사업 벌인 정황
계약 보증금 총액 270억원 달해
133건 거래 전세가율 분석 결과
100% 이상 43건·90% 이상 76건


12312424.jpg
수원 전세사기 일당들의 전세계약 분석결과 전세가율이 96.2% 달하는 깡통주택이 양산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최근 범행 추정액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나고 있는 '수원 전세사기 일당'(4월15일자 7면 보도='일가족 전세사기'도 피해 눈덩이… 925가구, 1200억대 규모 추정)과 연관된 전세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세계약 143건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6.2%에 달하는 등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큰 '깡통주택'이 무더기로 양산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계약의 보증금 총액은 270억여원에 달했다.

애초에 자기자본 없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수백억원대 사업을 벌인 정황으로, 사기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린다. 이런 사실은 앞서 지난해 경인일보 '시그널-속빈 전세들의 경고' 특별취재팀이 확보한 빅데이터에 피해자들이 지목한 건물 주소지를 중첩한 결과로 밝혀졌다.

16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고소장 접수가 잇따르는 수원 전세사기 일당과 관련 대책위가 자체 추산한 연관 임대인은 모두 13명이다.

현재 수감 중인 총책 강(40대·여)씨와 바지 임대인 김모(30대)씨, 해외 도피 중인 이(40대)씨를 포함해 이들이 운영했던 부동산 법인이나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 등 관계자들이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 중 실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한 건물은 17채였다.

이 17채의 주소지를 특별취재팀 빅데이터에 조회한 결과, 2021~2022년에만 모두 143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보증금 1억~2억원대 계약으로, 총액은 267억9천670만원에 달했다.

2024041701000205900019651

이 계약들로 형성된 전셋집은 대부분이 무자본 갭투자로 조성된 깡통주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가율 값이 확인되는 133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전세가율은 96.22%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는 경우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깡통주택으로 간주한다.

구간별로 보면 전세가율 100% 이상 계약은 전체 133건 중 43건(32.3%)이었다. 90% 이상으로 넓히면 76건(57.1%), 80% 이상은 110건(82.7%)에 이르렀다. 특정 기간 내에 파악된 거래만 분석해도 전체 전세계약의 8할 이상이 깡통주택을 만들어낸 계약이었던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가율 90% 이상이면 경매에 낙찰돼도 얼마 받지 못해 사실상 피해구제가 어렵다"며 "이 일당이 140여채의 전세계약을 했다는 건 의도를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숫자다. 돈 떼먹을 마음으로 전세사기 사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당과 관련된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경찰 고소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도 속속 접수되고 있어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경찰 고소 접수 규모나 대책위가 추정하는 규모와 비슷한 정도로 피해들이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그널-속빈 전세들의 경고' 빅데이터는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주)빅밸류가 2021~2022년 경기지역에서 체결된 14만480건의 연립·다세대주택·오피스텔 전세계약 실거래 정보를 분석한 자료다.

/김준석·김산·김지원·한규준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