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영화공간주안’이 4월 3주차를 맞아 새 상영작으로 관객과 만납니다.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제주 4·3 사건 수형인들을 다룬 다큐 ‘돌들이 말할 때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여성 이야기를 그린 정지혜 감독의 데뷔작 ‘정순’입니다. 이들 영화는 18일부터 상영합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빚는 정영선 조경가 ‘땅에 쓰는 시’

영화 ‘땅에 쓰는 시’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영화 ‘땅에 쓰는 시’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영화 ‘땅에 쓰는 시’는 선유도 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경춘선숲길, 서울 아산병원 등 모두를 위한 정원을 만들어 온 조경가 정영선의 땅을 향한 철학과 내일의 숲을 위한 진심을 담은 다큐입니다.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각가의 철학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유연한 멋이 살아있는 호암미술관 희원부터 기존의 정수시설을 살린 선유도공원,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철길을 보존한 경춘선숲길 등 눈부신 공간들의 면면과 그 안에 담긴 정영선의 뜻을 포착합니다.

특히 열암 송정희 선생이 써 내려간 서정적이고도 한국적 서체와 국악풍의 음악 등은 정영선 조경가가 전하는 우리 국토 고유의 멋을 은유하며 더욱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 냅니다. 여기에 점차 흐려져 가는 한국의 사계절을 충실하게 담아내며 황홀한 풍경과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줍니다.

한국 다큐씬의 독불장군 김경만, 9년 만의 신작 ‘돌들이 말할 때까지’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다큐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제주 4·3 사건 이후 76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는 수형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이 평생 몸 담고 있던 아름다운 침묵의 땅 제주의 풍광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맞춤을 담았습니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치밀하고 성실한 면접 조사를 통해 채록한 4·3 수형인들의 인터뷰, 긴 세월을 품에 안고 각각의 계절에서 고유하게 충만한 제주의 자연들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자기 앞의 생을 오롯이 증언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4·3 수형인들의 힘 있는 목소리는 믿을 수 없는 역사의 상흔에 통감하게 만듭니다. 돌과 바람, 파도와 나무들이 제자리에서 시간을 통과하는 모습들은 수형인들의 목소리 뒤로 애틋한 울림을 더합니다.

가장 솔직·담백하게 여성의 이야기를 한 정지혜 감독 데뷔작 ‘정순’

영화 ‘정순’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영화 ‘정순’ 스틸컷. /영화공간주안 제공

영화 ‘정순’은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결코 나 다움을 잃지 않고, 곧은 걸음으로 나아가려 하는 정순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하는 드라마입니다.

‘정순’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으로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함께 배우 김금순의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네요.

뿐만 아니라 제7회 아스완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는 김금순과 윤금선아가 최우수연기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으며,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